[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가 넘는 인공지능(AI) 기업 317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4%인 166곳은 논문을 한 편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을 낸 기업 중에서도 인용이 200회를 넘긴 논문을 한 편이라도 가진 곳은 전체의 7.6%인 24곳뿐이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나온 AI 논문 91만9486편 중 이들 기업이 관여한 것은 0.1% 수준인 950편에 불과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메타연구혁신센터(METRICS)의 존 이오아니디스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전 공개본이다.
이오아니디스 교수는 발표된 의학 연구의 상당수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해 온 연구자로 2016년 혈액검사 스타트업 테라노스 사태를 두고 ‘은폐 연구(stealth research)’라는 표현으로 논문 없는 기술 주장을 비판해 명성을 얻은 바 있다.
당시 미국 혈액검사 스타트업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한다며 기업가치 90억달러를 인정받았던 유니콘 기업이다. 테라노스의 기술을 검증한 논문은 없었고 결국 사기로 판명 나 창업자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논문은 소수 기업에 몰렸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AI 기업 317곳을 추려 조사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논문에 참여한 것이 아닌 연구를 주도했는지를 중심으로 봤다.
조사 결과 317개 AI 기업을 논문 발표가 많은 순으로 줄 세우면 상위 5%인 16개 기업이 전체 논문의 59.9%를 냈다. 166개 기업은 논문을 주도해 발표한 기록이 없었다.
논문을 다른 연구자들이 얼마나 참고했는지를 보여주는 인용 수치로 따져보면 16개 기업의 논문이 92%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학계 전반에서 통상 보고되는 쏠림현상을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가장 많이 인용된 곳은 오픈AI로 전체 인용 수치의 39.4%를 차지했다. 중국 안면인식 기업 메그비가 26.6%, 허깅페이스가 6.9%로 뒤를 이었다.
인용 200회 이상 논문은 메그비가 53편, 오픈AI가 30편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293개 기업은 한 편도 없었다.
4500명 중 8명
연구팀은 논문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도 확인했다.
기업 소속 저자 1988명 중 38%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동시에 적을 두고 있었고, 회사에만 소속된 순수 기업 연구자는 절반가량이었다.
논문 5편 이상을 쓴 연구자는 오픈AI에 8명, 메그비에 8명 밖에 없었다. 오픈AI의 직원은 2026년 기준 약 4500명, 메그비는 2300명에서 3000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들 기업 중 어느 곳도 세계 연구기관 인용 순위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순위에 오르려면 논문 5편 이상을 낸 연구자가 일정 규모 이상 있어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기업가치와 논문 사이에 관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업가치와 논문 수의 상관계수는 0.017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0과 구별되지 않는 수치다.
연구팀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학술 실적을 사실상 보지 않고, 비공개 정보나 다른 기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기술은 커지는데, 검증이 없다
연구팀은 AI 기술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예시로 의료 분야를 언급하면서 기술이 검증 없이 퍼지면 효과가 없거나 해로운 것이 널리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문은 결과를 알리는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구자가 같은 방법을 따라 해보거나 주장이 맞는지 따져보고, 한계가 무엇인지 드러내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기업이 논문을 반드시 써야 하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기술을 보호하는 것은 기업의 정당한 선택이라는 점도 함께 적었다.
연구팀은 소속을 밝히지 않은 연구나 사내에서만 도는 자료는 이번 집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계를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64898/2026.07.15.738744
논문 정보 : Negligible participation in the scientific literature of AI unicorn startups, Quentin E.A. Loisel, Alejandro Sandoval-Lentisco, John P.A. Ioannidis, bioRxiv 2026.07.15.738744.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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