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나자로프 체인링크 공동창립자
원화스테이블코인 규제 최우선 과제 꼽아
“스테이블코인 발행·상환·수탁규정 마련”
‘프로젝트 판게아’로 외환결제 T+0 도전
“AI 에이전트, 전통금융·디파이 융합 전망”
토큰화 MMF 10배↑…DTCC, 상용화 추진
“한국이 신뢰받는 온체인 금융 허브로 도약하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은행들이 안심하고 상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발행·상환·수탁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르게이 나자로프 체인링크 공동창립자 겸 체인링크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시아의 온체인 금융 중심지로 성장하려면 제도적 불확실성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체인링크는 오프체인 데이터를 온체인으로 전달하는 탈중앙화 오라클 네트워크로 출발했다. 최근에는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CCIP)과 체인링크 런타임 환경(CRE) 등을 기반으로 거래 자동화와 규제 준수를 지원하며 기관용 인프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프로젝트 판게아’가 온체인 외환시장 내 원화 입지 넓힐까=나자로프 CEO는 한국의 강점으로 활발한 디지털자산 투자자층과 은행권의 빠른 기술 도입,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정책논의를 꼽았다.그는 “한국처럼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경우는 드물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회사가 실증을 넘어 실제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사업 범위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인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지니어스법과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싱가포르·일본의 제도 등을 참고하되 원화의 고유한 역할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과 유럽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판게아’를 통해 원화가 글로벌 온체인 외환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프로젝트 판게아는 신한은행·우리은행·케이뱅크·전북은행 등 국내 은행 연합체 유니카(UniKA)와 유럽 37개 은행의 컨소시엄 키발리스(Qivalis) 등이 원화·유로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외환결제 체계를 검증하는 사업이다.
하루 거래 규모가 9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외환시장은 통상 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뒤 결제하는 ‘T+2’ 방식으로 운영된다. 프로젝트 판게아는 이를 당일(T+0)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원화와 유로화 스테이블코인의 교환에는 어느 한쪽의 자금이라도 이전되지 않으면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 외환동시결제(PvP) 방식을 적용한다.
체인링크의 CRE는 스위프트 메시지를 블록체인에서 실행할 거래 지시로 전환하고, CCIP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사이에서 자산을 이동시킨다.
나자로프 CEO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오라클 인프라를 결합하면 유로화와 원화 거래를 암호학적으로 보장된 방식으로 동시에 결제할 수 있다”며 “은행들도 기존 백엔드 인프라를 재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통 금융과 디파이 연결…자산 토큰화도 상용화 단계=나자로프 CEO는 전통 금융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가운데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디파이는 혁신을 주도하고 전통 금융은 기존 환경을 유지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체인링크는 금융기관에 거래 자동화와 데이터 검증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도이체뵈르제와 미국 상무부, FTSE러셀 등은 체인링크를 통해 금융·거시경제 데이터를 온체인에 제공한다. 마스터카드와는 카드로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도록 협업하고 있다.
CCIP에는 브리지 해킹 위험을 낮추기 위한 글로벌 분산 구조와 통제 장치가 적용됐다. 나자로프 CEO는 “최근 수개월간 CCIP로 전환한 토큰 자산의 가치가 7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자산 토큰화 시장도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펀드(MMF)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RWA.xyz에 따르면 분산형 토큰화 자산 가치는 약 373억달러로, 미국 국채와 국채형 펀드가 162억달러를 차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토큰화 MMF 규모도 2023년 말 7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월 말 약 90억달러로 10배 넘게 늘었다.
나자로프 CEO는 “토큰 발행보다 어려운 것은 자산의 생애주기를 관리하고 유통시장과 규제 체계를 갖추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격과 순자산가치(NAV)를 반영하고 배당·의결권 처리와 투자자별 거래 제한까지 구현해야 실제 금융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체인링크와 미국 예탁결제원(DTCC)은 2024년 ‘스마트 NAV’ 실증을 시작으로 담보 가치평가와 증거금 산정, 결제를 상시 처리하는 담보 앱체인까지 협력을 확대했다. DTCC는 지난달 블랙록과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30여개 기업과 증권을 토큰으로 전환해 담보 설정과 증권대차 등에 활용하는 시범 거래도 진행했다. 10월 정식 토큰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나자로프 CEO는 “연간 수천조달러의 증권거래를 처리하는 DTCC가 실증에서 상용화로 이동한 것은 디지털자산 시장이 실험 단계를 넘어섰다는 신호”라며 “이제 기관들은 주요 자산군의 토큰화 업무 전반을 대규모 상용 환경에서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시대, 전통 금융과 디파이 통합될 것”=한편 시장에서는 앞으로 온체인 금융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자로프 CEO는 “AI 에이전트에 자산을 이동하거나 거래를 체결할 권한을 부여한다면 모든 행동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규제당국과 금융회사가 신뢰할 수 있는 감사 기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인링크는 스마트컨트랙트의 신뢰 문제를 해결해온 기술을 AI 에이전트로 확대하고 있다. 검증된 시장 데이터와 재사용할 수 있는 고객확인(KYC) 자격 정보를 제공하고 AI가 정해진 권한 안에서만 거래하도록 통제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간 데이터와 자산의 이동을 지원하고 AI의 실행 과정에는 검증 가능한 감사 기록을 남긴다.
나자로프 CEO는 AI 기반 자동화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토큰화 펀드, 담보 관리를 별개의 흐름으로 보지 않았다. 하나의 온체인 생태계 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속도를 높이고 토큰화 담보는 자산의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온체인 생태계 전반에서 여러 단계의 복잡한 금융 업무를 직접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전통 금융과 디파이 생태계가 하나의 금융 시스템으로 융합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경예은 기자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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