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금 보유 비중 확대 움직임
거래소·예결원·금 생산업체 등과 협력
채널 다변화…2Q 해외상장 금 ETF 투자
한국은행이 국내에서 생산된 금을 매입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구축한다. 국내 금 생산업체의 수출 예정 물량을 사들여 금 매입 경로와 보관 장소를 다변화하고, 13년 만에 금 보유 비중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은은 국내 생산 금 매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금 생산업체, 한국거래소(KRX), 한국예탁결제원(KSD)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고 4일 밝혔다.
한은은 “국내 생산 금 매입 채널을 확보하면 금 매입 경로를 다변화하고 중장기적인 금 보유 비중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다”며 “금 보관 장소를 분산해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KRX 금시장의 거래·결제·보관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금 생산업체의 수출 예정 물량을 국제 금 시세를 기준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국내 금 생산업체 두 곳의 연평균 수출량은 4~5톤 수준이다.
금 생산업체가 거래 가능 물량과 희망 시기를 한은에 제시하면 한은이 금 운용계획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매입 여부를 결정한다. 수출 예정 물량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국내 금시장에 추가 수요를 유발하지 않아 금 수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거래에는 KRX 금시장의 장내 일반매매가 아닌 협의대량매매 방식을 활용한다. 거래 당사자가 가격과 수량 등을 사전에 합의해 장내 호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실제 매입 시기는 금 거래를 위한 준비 상황과 생산업체의 수출 계획, 한은의 금 운용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정희섭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업체가 매입을 의뢰하면 당시 상황을 살펴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국내 금 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불리하거나 비슷할 때 업체가 의뢰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탁결제원의 보관 인프라 구축 상황도 매입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은이 보유한 금 대부분은 해외에 보관돼 있다. 해외 보관은 매각과 대여가 쉽지만 보관 비용이 발생한다. 한은은 국내 보관 비중을 늘리면 보관 장소를 다변화해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2013년 금 20톤을 매입한 이후 13년간 금을 추가로 사들이지 않았다. 유동성이 낮고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 원장은 “금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무수익 자산으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불리하고 주식보다 수익률도 낮다”면서도 “최근 지정학적 위험이 상시화하면서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이 다른 나라보다 적은 만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2분기부터 해외 상장 금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소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정 원장은 “금 ETF는 유가증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통계상 금 보유 비중에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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