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에 이어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귀국 직후 열린 부동산·주식시장 점검회의에서 “가용한 주택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7일에도 추가 공급 대책을 점검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건설업계와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후속 공급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올 초 발표한 공급대책에도 집값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정부가 이번엔 실효적 대책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현재 수도권 주택 공급 상황은 심상치 않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은 6만5204가구로, 연간 목표 26만9000가구의 4분의1 수준에 그쳤다. 서울은 더 심각하다. 상반기 착공 물량은 1만3121가구로 연간 목표 6만8000가구의 19.3%에 불과했다. 착공 감소는 몇 년 뒤 입주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3~2025년 연평균 3만5000가구 수준에서 올해 2만7000가구, 내년에는 1만7000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그 결과는 집값과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은 5.07% 올라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과 월세도 각각 3.76%, 3.39% 뛰었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새로운 부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태릉CC, 과천 부지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은 과거에도 주민 반발과 지자체 협의, 개발 방식 논란 등에 막혀 진척되지 못했다. 단기 공급 대책으로 내세운 비아파트 공급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간 주택 사업은 토지 확보 단계부터 브리지론 등 초기 자금이 필요한데,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위축으로 사업 착수 자체가 어려워졌다. 공사비 상승과 금리 부담까지 겹쳐 사업자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태이다.

지금 공급 대책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공급에 대한 시장 신뢰다. 주택 공급은 지역 주민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발로 인해 기존 주민의 생활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면 아무리 필요한 사업이라도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정부는 공급 물량을 밀어붙이기보다 지역 여건을 반영하고 주민과 지자체가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폐교 부지와 공공 유휴 부지를 적극 활용하고, 준공업 지역 등 도심 내 활용도가 낮은 토지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현실에 맞게 손봐 민간 공급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공급 확대 과정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