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치솟자 미 정부가 잇따라 방어에 나서고 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5.28%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금리가 오르고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대응도 전방위적이다. 최근 미국·일본 외환 당국이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공동 개입한 것도 그중 하나다. 일본이 엔화를 사들이려면 달러가 필요한데,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거 팔아 달러를 마련할 경우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장기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1조 달러 넘게 보유한 주요 국채 보유국이다. 미·일 공동 개입에는 엔화 방어뿐 아니라 일본의 미 국채 매도 가능성을 미리 낮추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장관이 연방준비제도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 거래(Repo·레포) 한도를 확대하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등 해외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시장에 팔지 않고 연준에 맡겨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발행을 줄일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장기금리 상승을 막으려는 모습이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국고채 10년물은 지난 7월 4.39%까지 올라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8월 10일에도 4.24% 수준이었다. 경기 회복 기대와 물가 부담,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 등이 이미 국내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주고 있다. 여기에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국내 금리에도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막대한 재정적자와 그에 따른 국채 발행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계속 빚을 늘릴 거라 예상되면 투자자들은 그만큼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장기 국채 발행 축소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도 시장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한국은 비상한 상황은 아니지만 빚이 늘어나는 상항에서 정부는 확대재정을 추진하는 중이다. 내수를 살리고 산업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맞다. 다만 재정 지출이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고, 시장이 이를 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받아들이면 장기금리에 또 다른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도 일부 상쇄될 수 있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까지 커진다면 재정을 투입한 취지가 퇴색할 수도 있다.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균형과 재정운용의 신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