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을학기가 시작됐다. 각 대학 총학생회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대표행사가 될 만한 축제준비를 할 것이다. 대학 축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학생들간 친목을 도모하면서 자기 대학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그래서 졸업이후에도 오랜동안 기억에 남는 즐거운 이벤트다. 그런 대학축제가 되기를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몇년 사이 있었던 선정적인 대학의 축제 문화가 놀이문화라는 옷을 입고 재현될까 우려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대학이 지나친 경쟁과 엄숙문화로 덮여 구성원간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OT, MT, 축제 현장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 폄하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자유로운 놀이문화 그 이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경계의 대상이 돼야 한다.
모대학 OT에서 선배들이 유사 성행위를 묘사하고 신입생에게 해당 단어를 맞히게 한 것이 알려져 문제가 됐었다. 그런데 이것이 사건화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일상에서 금기된 성담론에 활기를 불어넣은 엽기적인 OT의 한 장면으로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 참가한 한 신입생은 불쾌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이렇게 노는 건가” 생각했었다는 언급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성적 불쾌감과 인격침해를 하나의 문화적 관례로 내면화, 학습할 수도 있는 것이고, 결국 사회에 나가서 성희롱 사건에 직면해도 하나의 놀이문화로 애써 간주하면서 침묵하는 태도를 유지하게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연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단톡방 사건, 페이스북 사건 또한 대학에서 성을 매개로 한 인격침해가 젊은 혈기의 놀이문화로 둔갑하는 경우는 많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다. 단톡방을 은밀한 사적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사적공간에서 놀이처럼 이야기한 것을 문제시한다는 점에 대해 매우 억울해 하기도 한다. 여학생도 이런 일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야 쿨한 동료라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같은 행위는 견제되지 않는다. 교수가 학생을, 교직원이 알바생을, 학생이 급우를 추행하는 크고 작은 범죄가 열정적 욕망을 표현하는 일상적 방법으로 통용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감춰졌던 사건이 드러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이 되기 일쑤다. 사회적 지위에서 절대적 취약자인 학생들은 대학 내에서 성희롱, 성폭력문제가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교수, 선배의 비위행위를 증언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다. 피해자, 증언자가 오히려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정당한가.
2013년부터 대학교직원을 비롯해 학생들 역시 법적으로는 성폭력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교육은 없다. 사건이 일어난 후 매번 사후약방문식의 대책을 발표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이러한 성희롱과 성폭력의 문화가 캠퍼스내에 자리잡지 못하도록 인식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인권침해적인 성적 표현이 문화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바로 그 문화의 모습을 새로이 만드는데 대학총장들이 먼저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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