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공공택지의 착공 기간을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고 기존 3기 신도시 사업을 앞당기는 동시에 민간 건설사의 주택 공급을 가로막아온 금융·규제의 문턱도 낮추는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새 택지를 더 공급하기보다 이미 계획된 사업을 서둘러 착공시키고 민간이 다시 집을 짓게 하겠다는 것이다.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늦었지만 제대로 된 방향이다.
이번 대책은 공급이 늦어진 현장의 병목부터 풀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미 발표된 공공택지는 사업 일정을 앞당겨 2030년까지 8만9000호를 조기 착공하고, 수요가 줄어든 상가·업무용지는 주택으로 돌려 3만호를 추가 착공한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23만4000호도 정상 착공을 지원한다. 민간 건설사에는 향후 3년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을 연평균 28조7000억원으로 늘리고, 조기 착공 사업에는 PF 대출이자 보조와 개발부담금 면제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다세대·다가구 건축기준도 완화한다. 환경영향평가와 관계기관 협의, 각종 심의를 병행하고 보상·이주와 인허가도 앞당기기로 했다.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민간을 공급의 핵심 주체로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9·7 대책 때만 해도 공공의 역할을 앞세웠던 데서 선회한 것이다. 수도권 주택의 80% 이상, 서울은 90%를 민간이 짓는다. 그런데 PF 자금줄이 마르면서 민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부동산 PF 부실 정리로 금융 건전성은 높였지만 정상 사업장까지 돈을 구하지 못해 착공을 미루는 현장이 생긴 것이다. 공사비까지 치솟아 민간 주택 착공이 10년 평균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에 PF 보증을 대폭 늘리고 정상 사업장에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민간이 뛰게 하는 게 주택 공급의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수요가 줄어든 상가·업무용지를 주택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공급 부족은 숫자로 드러난다. 수도권 민간 주택 착공은 지난해 12만1000호로 10년 평균 19만1000호에 크게 못 미쳤고, 일반주택 착공은 1만4000호로 장기 평균의 4분의 1에 그쳤다. 3기 신도시 인천계양은 후보지 발표부터 입주까지 약 8년, 서울 재개발·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3년이 걸린다고 한다. 앞으로 착공 물량도 충분치 않아 공급 부족이 수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범정부 점검회의와 신속공급 혁신단까지 만든 만큼 이제는 사업장별로 무엇이 막혀 있는지 찾아내고 끝까지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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