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계약 이식으로 안정적 현금 창출

특정 그룹사 의존 낮추고 리스크 분산

선대 맞교환 통해 양사 밸류업 극대화

SK해운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 C.Galaxy [SK해운 제공]
SK해운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 C.Galaxy [SK해운 제공]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10년 넘게 품어온 대형 해운 포트폴리오 자산들을 대상으로 체질 개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수 초기 장기운송계약 중심의 구조 개편에서 시작해 화주 저변 확대, 그리고 최근 단행한 1조원대 선대 맞교환까지 단계별 사업 구조 재편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최근 포트폴리오 해운사인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간 조 단위 규모의 선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진행 중이다. 한앤코가 인수할 당시만 해도 재무 위기에 봉착했던 두 해운사는 지난 10여 년간 크게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1단계: 스팟→장기운송계약

첫번째 단계는 변동성 제거와 적자 구조 탈피였다. 한앤코가 2014년 한진해운 전용선 사업부(현 에이치라인해운)와 2018년 SK해운을 인수할 당시, 두 회사 모두 높은 부채비율과 해운 시황 변동성에 노출돼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앤코는 인수 직후 운임 시황에 따라 실적이 흔들리는 ‘스팟(Spot) 사업’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국내 대기업과의 장기운송계약을 핵심 수익원으로 이식했다. 장기운송계약은 신용도 높은 화주의 물량을 수년간 안정적으로 운송하는 구조로, 해운 업황과 관계없이 고정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연료비 등 변동 요인을 운임에 반영해 연동 정산하는 경우가 많아 불황기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지킬 수 있다.

[에이치라인해운 제공]
[에이치라인해운 제공]

SK해운의 경우 장기계약 비중을 대폭 확대해 실적 변동성을 줄였다. 전체 매출 중 5년 이상 장기계약 비중이 2018년 인수 당시 70%에서 지난 2024년 말 87%까지 뛰었다.

에이치라인해운 역시 한진해운 시절의 불확실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대기업·공기업과 장기 전용선 계약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2단계: 국내외 우량 화주 확장

기초 체력을 다진 뒤 추진된 두 번째 단계는 다양한 우량 화주를 추가 확보해 특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작업이었다.

인수 당시 SK해운은 SK그룹 내부 물량 의존도가 높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이에 한앤코는 SK가스, SK E&S, SK에너지 등 기존 SK그룹과의 장기계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신용도가 높은 국내외 우량 화주를 발굴했다.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은 물론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 등 글로벌 에너지까지 화주 저변을 넓히며 실적 안정성을 높였다.

에이치라인해운 또한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현대글로비스 등 국내뿐 아니라 브라질 발레(Vale)와 스위스 비톨(Vitol) 등 글로벌 화주까지 주요 고객사로 확충했다.

3단계: 자산 전문화 및 경량화

에이치라인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비버트 시티 엘엔지(VIVIRT CITY LNG)’가 항해하고 있다. [에이치라인해운 브로슈어]
에이치라인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비버트 시티 엘엔지(VIVIRT CITY LNG)’가 항해하고 있다. [에이치라인해운 브로슈어]

다음 단계는 포트폴리오 간 선대 교환을 통한 ‘전문화 및 자산 경량화’다. 한앤코는 최근 에이치라인해운이 보유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6척을 SK해운으로 넘기고, 그 대가로 SK해운으로부터 유조선 12척과 현금 약 3억달러(약 4256억원)를 받는 맞교환 방식을 채택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SK해운은 LNG 중심의 ‘클린 에너지 전문선사’로 체질을 다지며 세계 3위 규모의 LNG 운항사로 올라서게 된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가스선 분야에 집중해 수익성과 ESG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에이치라인해운은 무거운 LNG 선박을 이전하는 대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감가상각과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를 단행한다. 동시에 장기계약이 체결된 유조선을 확보하며 선도적인 유조선 및 벌크선 전문 해운사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덩치가 크고 재무 구조가 불안정했던 해운 자산을 장기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바꾸고, 나아가 전문화와 경량화까지 확보하고 있다”라며 “업황 변동성이 큰 해운업의 한계를 넘어 인프라 자산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포트폴리오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