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제 사각지대에 놓인 뿌리中企
생산단가 껑충…전기료·인건비 등 부담 가중
원재료 공급받는 기업은 연동 대상서 제외
에너지경비도 납품가 ‘10% 이상’에만 해당
폐업·부도 속출에…중기부 실태조사 방침
“17년 동안 납품단가가 오른 건 사실상 두 번뿐입니다.”
경기도 화성시 소재 자동차부품 임가공업체 A사 대표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사는 2009년 사업을 시작한 뒤 납품단가를 두 차례밖에 올리지 못했다. A사 대표는 “17년 전 1kg당 60원, 80원이었던 두 품목의 단가가 현재 80원, 100원 수준”이라며 “17년 동안 20원이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건비와 전기료, 설비 유지비, 소모품비 등 A사가 부담해야 하는 주요 비용은 항목에 따라 약 40~160% 상승했다. A사는 위탁기업으로부터 자동차부품 반제품을 받아 특정 표면처리 공정을 거친 뒤 다시 납품하는 업체다. 원재료는 위탁기업이 제공하고 A사는 사람과 설비를 투입해 가공하는 구조다. 원재료를 직접 구매하지 않다 보니 원재료 가격 변동을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납품대금 연동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실제 A사가 자체 산출한 올해 상반기 비용 가운데 인건비·복리후생·안전 관련 비용이 4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단가가 이 같은 비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올해 들어 가공에 드는 비용이 납품대금보다 매달 평균 약 539만원 많았다는 게 A사의 설명이다.
▶연동제 사각지대 놓인 ‘뿌리기업’…경영난에 문 닫기도=뿌리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처럼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공정기술 업체를 말한다. 하청 위주의 영세 사업장이 많아 원재료 값이나 생산비용이 요동칠 때마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많다. 때문에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이 이들의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납품대금 연동제 성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A사와 같은 뿌리기업인 영세 임가공업체들은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폐업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오는 12월부터 전기료·가스비 등 주요 에너지 경비까지 연동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에너지 경비가 납품대금의 10% 이상에 해당돼야 하다보니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 김해에 있던 자동차부품 열처리업체 B사는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와 거래하며 일반 열처리 공정을 담당했다. 전기료와 인건비 등 열처리에 드는 비용이 오르는 동안 납품단가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적자가 누적됐고 최근 경영난 끝에 문을 닫았다.
경남 사천에 있던 자동차부품 열처리업체 C사 역시 지난해 말부터 경영난이 심화했고 최근 부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급망 아래로 내려갈수록 납품단가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도 영세 임가공업체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이다. 임가공업 관련 협동조합 관계자는 “현대차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상생협력에 나서더라도 잘해야 2차 협력업체까지 온기가 미치고, 정작 3·4차 협력업체에 해당하는 뿌리기업인 영세 제조업자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라며 “전체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40% 오를 때 납품단가는 5% 오를까 말까 한 게 현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올해 실태조사 추진=정부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연동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가 연동 대상이었지만 오는 12월부터는 상생협력법 개정에 따라 전기료와 가스비 등 ‘주요 에너지 경비’도 포함된다.
다만 제도가 확대되더라도 사각지대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경비 역시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해야 연동 대상이어서, 전력 부담이 적지 않은 공정도 10%에 미치지 못하면 제외될 수 있다.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소모품비, 설비 유지비, 물류비 등 에너지 경비 이외의 비용 상승도 이번 확대만으로는 반영하기 어렵다.
중기부는 모든 것을 연동제에 담기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납품대금연동제는 최초 계약 때 적정 단가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임가공업체들의 상황을 반영해 에너지 비용까지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장 점검을 강화한다. 중기부는 올해 처음으로 납품대금연동제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업종별 특이성과 애로사항, 연동 체결률 등을 보다 상세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b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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