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망 2.5%→3.2%로 0.7%p 상향

내년 성장률도 1.7%→2.2%…반도체 호황 지속

수출 8.7%·설비투자 7.9%↑…경상흑자 3597억달러

성장 온기 고용·가계엔 제한적…올해 취업자 11만명 증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연합]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3.2%로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면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판단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1.7%에서 2.2%로 0.5%포인트 높였다.

다만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고용과 가계소득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면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오히려 기존 전망보다 6만명 낮춘 11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률은 3%를 웃돌지만 체감경기와의 괴리는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KDI는 19일 발표한 ‘KDI 경제전망 수정(2026년 8월)’에서 우리 경제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올해 3.2% 성장한 뒤 내년에도 2.2% 성장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과 비교하면 각각 0.7%포인트, 0.5%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를 활용해 제작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를 활용해 제작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반도체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가 AI 관련 글로벌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수출과 내수가 모두 증가하면서 전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건설투자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이 크게 개선됐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이 올해 302.0%, 내년에도 3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이를 토대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기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은 8.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품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품목 호조에 힘입어 8.6% 늘어날 전망이다. KDI는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을 기존보다 4.1%포인트 높였다. 내년 총수출 증가율도 5.0%로 전망했다.

설비투자 전망은 더 큰 폭으로 뛰었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 설비투자가 7.9%, 내년에는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전망보다 올해와 내년 모두 4.6%포인트씩 상향 조정됐다. 반면 건설투자는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올해 0.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반도체 공장 증설 등에 힘입어 2.7% 증가할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은 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3597억달러, 내년에는 3562억달러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보다 각각 1207억달러, 1425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글로벌 AI 투자 호조로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중동 전쟁에도 국제유가 상승폭이 당초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 결과다.

문제는 반도체 중심의 고성장이 가계와 고용시장으로 충분히 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DI는 실질총소득이 급증했지만 소득 증가가 반도체 관련 부문에 집중되면서 민간소비 개선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하다고 평가했다. 실질임금 상승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경제성장의 성과가 다수 가계의 소득 개선으로 폭넓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은 2.3%로 기존보다 0.1%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다. 내년에는 실질총소득 증가 효과가 시차를 두고 가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민간소비 전망치는 종전보다 0.5%포인트 상향했다.

고용시장에는 성장의 온기가 더 제한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KDI는 고용 유발효과가 낮은 반도체 관련 부문에 경제성장이 집중되면서 높은 성장세가 고용 여건의 뚜렷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업 부진과 비(非)반도체 제조업의 낮은 성장세로 관련 업종의 고용이 감소하고 서비스업의 고용 증가폭도 축소되면서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 여건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을 기존 전망보다 6만명 낮춘 11만명으로 제시했다. 성장률 전망을 0.7%포인트나 높이면서도 고용 전망은 오히려 낮춘 셈이다. 내년에는 내수 개선세가 노동시장으로 파급되면서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부담도 남아 있다. KDI는 국제유가 상승과 경기 개선 등의 영향으로 올해 소비자물가가 2.7% 상승한 뒤 내년에는 유가 안정에 힘입어 상승률이 2.2%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은 기존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향후 최대 변수 역시 반도체다. KDI는 우리 경제의 글로벌 반도체 수요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만큼 향후 반도체 경기 변화가 거시경제 전반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경쟁 심화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AI 투자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국내 기업의 반도체 공급 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충될 경우 실제 성장률이 이번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과 중동 지정학적 갈등 재격화, 주식시장 변동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도 주요 하방 위험으로 꼽았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전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대폭 상향했다. 무디스는 지난 2월 1.8%로 전망한 뒤 5월 2.5%로 높인 데 이어 석 달 만에 다시 1.0%포인트 올렸다. 내년 성장률은 2.7%로 전망했다.

무디스 역시 반도체 호황을 성장률 상향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호황이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KDI에 이어 주요 기관들이 반도체 호황을 근거로 한국 경제의 성장 눈높이를 잇따라 높이는 모습이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