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팬 토큰 블록체인 기업 ‘칠리즈’의 제안
FIFA, FFE 지분 매각 통해 자금 조달하려다 무산
칠리즈 CEO “축구 상업적 가치, 소수가 독식 안돼”
기관투자자 중심 투자를 개인에 개방하자는 취지
美SEC 디지털자산 증권 규율 정비…제도화 속도
스포츠 팬 토큰에 특화한 블록체인 기업 칠리즈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철회한 42억달러(약 5조9000억원) 규모 자금조달 계획에 ‘토큰화 지분’을 접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관투자자 중심의 투자 기회를 개인에게도 개방해 스포츠 분야의 포용금융을 넓히자는 취지다.
20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칠리즈가 운영하는 스포츠 팬 플랫폼 소시오스닷컴은 지난달 FIFA에 상업 자회사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 지분을 토큰화 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방안을 전달했다. 기관투자자 참여는 유지하되 FFE 지분을 소액 단위로 나눠 개인도 같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앞서 FIFA는 상업 자회사 FFE를 설립해 기업가치를 200억달러로 평가하고 경영권이 없는 소수지분을 장기 투자자에게 매각해 최대 42억달러를 조달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FIFA는 월드컵을 비롯한 남녀 및 유소년 대회의 방송권과 후원, 티켓 판매, 라이선스 사업을 대회 운영 부문과 함께 FFE에 담기로 했다.
조달금은 211개 FIFA 회원 협회의 경기장과 훈련센터 등 축구 발전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었다. 기존 지원 사업을 포함하면 향후 4년간 지원 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FIFA는 내다봤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을 비롯한 축구계에서는 회원 협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대회 관련 사업을 외부 투자자에게 개방하는 데 대한 반발이 나왔다. 외부 투자자가 경영권을 갖지 않더라도 수익성 추구가 국제 경기 일정이나 대회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FIFA는 지난달 31일 결국 FFE 추진 계획을 철회했다.
칠리즈는 FFE 자체보다는 투자자 구성이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기존 구상대로라면 수십만~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높은 최소 투자금액과 국가 간 규제 장벽 때문에 사실상 대형 기관과 사모자본을 중심으로 지분이 배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결제정산 체계 역시 대규모 거래에 맞춰져 있어 개인이 참여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알렉산드레 드레이푸스 칠리즈 최고경영자(CEO)는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가 무산된 것은 팬들이 축구의 상업적 가치를 수익화하는 발상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그 가치가 또다시 소수 기관투자자와 사모자본에 돌아가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칠리즈는 이런 진입장벽을 낮추는 수단으로 지분 토큰화를 제시했다. FFE의 실제 지분을 블록체인 기반 증권으로 발행한 뒤 이를 소액 단위로 나누면 기존 사모지분 투자보다 투자 단위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행 조건에 따라 기존 주식과 같은 의결권과 배당권 등을 부여할 수 있으며 공시 의무와 투자자 보호 규정도 적용된다.
각국 증권 규제를 충족할 경우 투자자 간 거래도 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드레이푸스 CEO는 “디지털자산이 기존 금융을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라 규제 금융상품의 유통 방식을 크게 개선하는 것”이라며 “유럽은 토큰화 증권에 관한 제도를 갖췄고 미국도 기존 증권 체계 안에서 토큰화 증권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디지털자산에 대한 증권법 적용 기준을 구체화하는 규제 정비도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디지털자산 발행사의 증권 등록 의무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규제안을 공개했다. SEC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디지털자산 발행사가 별도의 증권 등록 없이 연간 최대 7500만달러(약 1056억원)를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규정안에는 조건부 ‘세이프하버’(면책 조항)를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디지털자산이 증권법상 ‘투자계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통해 디지털자산이 연방 증권법의 적용을 받는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칠리즈는 출시를 준비 중인 규제 준수형 증권 플랫폼 ‘소시오스 에쿼티 토큰’을 활용해 토큰화 지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일 FFE가 다시 추진될 경우 플랫폼 구축과 운영 역시 이윤을 붙이지 않고 원가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드레이푸스 CEO는 개인투자자 참여에 관리부담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에 대해 “복잡한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르다”며 “현대 금융시장은 매일 수백만명의 개인투자자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토큰화는 그동안 일부 투자자에게만 허용됐던 자산으로 접근 범위를 넓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수십 년 동안 축구의 상업적 이익은 구단과 행정기관, 방송사, 전문투자자에게 돌아갔다”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든다면 그 과정에서 창출될 가치에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예은 기자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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