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서 신곡 ‘빅(BiiiG)’까지
발라드 판도 뒤엎은 일렉트로닉 팝
“불가사의할 정도의 대중적 중독성”
2000·2010·2020년대 연간 톱10 석권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암 소 쏘리, 벗 아이 러브 유(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
어딜 가나 흥얼거렸고, 전 세대가 따라 부른 명곡이 줄이 잇는다. 데뷔와 동시에 파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냈다.
2006년 8월 데뷔해, 이듬해 ‘국민 그룹’ 반열에 올랐고, 데뷔 5년 만에 MTV 유럽뮤직어워즈(ema)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 수상자가 됐다. 한국어 가창 앨범 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2012)에 이름을 올렸고, 5년 연속 일본 돔 투어와 전 세계 800만 관객 동원이라는 전인미답의 금자탑을 세웠다.
‘빅뱅의 20년’은 K-팝의 ‘압축 성장사’ 그 자체다.
빅뱅, 국민그룹의 탄생과 ‘거짓말’의 충격
2006년 ‘빅뱅’으로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첫 ‘메가 히트곡’은 ‘거짓말’이다. 빅뱅은 처음부터 기획사에 의해 ‘완성된 아이돌’이 아니었다. 스스로 부딪히며 성장하는 ‘아티스트형 아이돌’을 표방했다.
2007년 8월 발표된 미니 1집 ‘올웨이즈(Always)’의 타이틀곡 ‘거짓말’은 당시 가요계의 주도권을 통째로 뒤흔든 ‘역사적 분수령’이었다.
리더 지드래곤(G-DRAGON)이 작사·작곡을 맡은 이 곡은 유로 트랜스(Euro-Trance) 비트와 시부야계(Shibuya-kei) 감성의 피아노 루프를 서정적인 멜로디와 결합, 당시 가요계를 지배하던 미디엄 템포 발라드의 흐름을 단숨에 일렉트로닉 팝(Electronic Pop)으로 뒤바꿨다.
‘거짓말’은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주간 차트 6주 연속 1위, 22주간 톱 10 유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빅뱅의 첫 번째 ‘신드롬’이었다.
지드래곤의 창작 역량은 아이돌 그룹의 편견을 단숨에 깨부수고 기성 음악계의 찬사를 끌어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수 이승환이 ‘거짓말’은 진짜 명곡’이라고 감탄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며 “당시 가요계에선 지드래곤을 두고 ‘천재의 탄생’이라는 평가가 쏟아졌고, 음악계가 인정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먼저 실력을 인정하며 빅뱅 신드롬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거짓말’의 파괴력은 ‘익숙함과 낯섦’의 절묘한 만남에서 나온다. “도입부터 귀에 박히는 중독성과 세련된 미학”(임희윤)의 승리였다. 임 평론가는 “벌스(Verse)에서부터 감칠맛 나는 랩이 나오다 강력한 후렴구가 터지며 기존 가요와는 차원이 다르면서도 확실히 맴도는 중독성이 생긴다”며 “아이돌 음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불가사의할 정도로 이 음악에 열광하고 따라 했다. 이 정도의 수준과 파급력을 가진 곡은 빅뱅 이후 어떤 K-팝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짚었다.
‘거짓말’ 신드롬 이후 연타석 홈런이 이어졌다. 2008년 일본 하우스 거장 다이시 댄스(Daishi Dance)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하루하루’와 이문세의 명곡을 재해석한 ‘붉은 노을’까지 흥행 가도에 올라섰다. 당시 빅뱅은 2008년 한터차트 기준 연간 음반 판매량 46만 장을 돌파해 음원과 음반 정상을 싹쓸이했다. 명실상부 ‘국민 그룹’의 시작이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빅뱅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트렌디한 음악을 자신들만의 코드로 재해석해 선명한 멜로디의 대중적 팝으로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며 “초기 명곡들은 복잡한 세계관 대신 직관적이면서도 강력한 멜로디 라인을 갖췄다. 이것이 빅뱅 20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겸 글로벌 K-센터장은 “‘거짓말’과 ‘하루하루’, 특히 80년대 명곡인 ‘붉은 노을’ 리메이크를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성을 확보한 뒤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채를 더욱 강화했다”며 “멤버들의 음악적 역량이 성장하며 개성이 음악에 정교하게 녹아든 것이 빅뱅의 강력한 무기”라고 분석했다.
국경 넘은 ‘판타스틱 베이비’·커리어 정점 ‘메이드(MADE)’
‘붐샤카라카(BOOMSHAKALAKA)!’
낯설고도 강렬한 후렴구가 또 한 번 세계를 강타했다. 독창적 비주얼과 파격적인 사운드는 국경을 초월했고, 시대를 앞서갔다. 빅뱅 20년사에서 2012년은 ‘글로벌 지형’을 바꾼 거대한 분기점이다. 미니 5집 ‘얼라이브(ALIVE)’의 수록곡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는 빅뱅을 글로벌 슈퍼스타 반열에 올린 ‘상징적’ 트랙이었다.
이규탁 교수는 “빅뱅 커리어에서 ‘판타스틱 베이비’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며 “동아시아를 넘어 서구 주류 팝 신에서도 성공하며 빅뱅이라는 그룹의 글로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판타스틱 베이비’는 비주얼과 음악 양면에서 빅뱅이라는 팀의 체급과 레벨을 수직 상승시킨 곡”이라며 “유튜브를 타고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방탄소년단 이전에 서구 주류 팝 신에 K-팝을 널리 알린 가장 핵심적인 분기점이었다”고 짚었다.
강렬한 일렉트로 하우스 비트가 탑재된 ‘판타스틱 베이비’는 K-팝 보이그룹 최초로 유튜브 조회수 1억·2억·3억 뷰를 연속 돌파했다. 이 곡은 빅뱅 특유의 강렬한 퍼포먼스와 비주얼을 집약한 곡이다.
이 교수는 “뮤직비디오의 독창적인 미감과 음악적 스타일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시대를 앞서간 기념비적 명곡”이라고 짚었다.
2015~2016년 이어진 ‘메이드(MADE)’ 프로젝트는 음악적 패권의 집대성이었다. 매달 ‘M’, ‘A’, ‘D’, ‘E’ 싱글을 순차 공개하며 ‘루저(LOSER)’, ‘베베(BAE BAE)’, ‘뱅뱅뱅(BANG BANG BANG)’, ‘이프 유(IF YOU)’ 등 전곡을 차트 정상에 올렸다. 특히 ‘뱅뱅뱅’은 2015년 멜론과 가온차트(현 써클차트)의 연간 차트 1위를 석권했다. 각양각색의 장르와 분위기, 색채를 지닌 네 싱글을 통해 빅뱅의 여러 얼굴을 만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김도헌 평론가는 “빅뱅 커리어에서 가장 압도적인 순간은 단연 ‘메이드(MADE)’ 앨범 활동기”라며 “이 앨범은 대중이 빅뱅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과 퍼포먼스 등 거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 앞으로의 빅뱅은 여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 앨범”이라고 평가했다.
이 시기 빅뱅 음악의 결정적 특징은 ‘공연성’으로 압축된다. 혼자 듣는 음악이 아닌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함께 뛰고 소리 지르는 순간까지 고려해 음악으로 만들어냈다. 당시 빅뱅은 ‘메이드’ 프로젝트로 13개국 32개 도시에서 66회 공연을 통해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김 평론가는 “이때의 가장 큰 변화는 대규모 투어에 어울리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댄스팝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라며 “음악을 듣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다 같이 뛰어놀고 체험하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봤다.
정민재 평론가는 ‘메이드(MADE)’ 프로젝트의 시기적 의미에 주목했다. 그는 “2015년은 빅뱅은 데뷔 9~10년 차에 접어든 시기였다. 비슷한 시기 데뷔한 동료 그룹들이 해체되거나 정체기에 머물던 때”라며 “그 시점에 한두 달 간격으로 싱글을 쪼개어 연속 발표하고, 내놓는 곡마다 음원 차트 정상에 올린 것은 일반적인 K-팝 아이돌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그룹임을 증명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차트 석권…숫자로 증명한 ‘국민 그룹’
빅뱅은 10년 주기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2000년대(‘거짓말’·‘하루하루’), 2010년대(‘판타스틱 베이비’·‘뱅뱅뱅’), 2020년대(‘봄여름가을겨울’)에 걸쳐 멜론 연간 톱 10을 배출한 가요계 유일무이한 아티스트다.
멜론에 따르면 빅뱅은 누적 디지털 다운로드 9300만 건 이상, 타이틀곡당 평균 430만 건 이상의 수치를 기록 중이다. 팬덤 중심 보이그룹의 한계를 넘어선 독보적 음원 지배력을 지닌 그룹이라는 점을 입증한다.
4년의 공백 뒤 2022년 발표한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은 또 하나의 기록이었다. 이 곡은 공개 직후 멜론 톱100 1위를 비롯해 국내 주요 차트를 휩쓸었다. 통상적인 오후 6시가 아닌 자정에 공개했음에도 정상에 올랐다. 20대의 찬란한 청춘을 노래하던 그룹이 30대가 돼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는 자전적 선율에 대중은 변함없이 뜨겁게 응답했다.
빅뱅의 20년은 과거로 박제된 기록이 아닌, 지금도 외연을 넓혀가는 ‘살아있는 역사’다. 이제 빅뱅은 지난 역사를 다시 쓰는 새로운 챕터의 출발선에 섰다.
약 4년 4개월 만에 나온 신곡 ‘빅(BiiiG)’은 지드래곤이 전곡 작사, 작곡을 맡았고 멤버들은 음원 제작은 물론 비주얼 디렉팅, 마케팅 기획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진두지휘하며 팀의 정체성을 녹였다. YG엔터테인먼트에선 “빅뱅의 정체성을 총집약한 곡”이라고 했다.
‘빅’은 현재 멜론 톱100 1위에 오르며 장기 집권 중이던 리센느, 아이오아이를 밀어냈다.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성인식’은 월드투어로도 이어진다. 21~23일 고양종합운동장을 시작으로 18개 도시, 31회 공연을 이어간다.
shee@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