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경기 버블지수 개발…중고선가·용선료로 과열 진단

저점 매입 뒤 52주 평균 운임 1.7배·용선료 2.6배 높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선박시장에도 가격에 ‘거품’이 얼마나 끼었는지를 보여주는 지수가 개발됐다. 배값이 선박을 빌려주고 받는 돈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를 따져 시장이 과열됐는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배값이 비쌀 때보다 상대적으로 쌀 때 선박을 사들인 경우 이후 운임과 용선료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이태휘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KMI 학술지 ‘해양정책연구’에 ‘해운경기 버블지수 개발 연구’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중고 컨테이너선 가격이 용선료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를 1~100으로 나타내 선박시장의 과열 정도를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숫자가 높을수록 배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배값이 비싸다는 의미다.

집값이 월세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를 따지는 부동산 지표와 같은 원리다. 중고선가는 ‘배값’, 용선료는 배를 빌려주고 받는 ‘대여료’로 볼 수 있다. 월세는 그대로인데 집값만 크게 오르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것처럼, 용선료보다 중고선 가격이 크게 오르면 배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배값이 비싸졌다고 보는 것이다.

분석에는 2018년 9월부터 2025년 6월까지 277주간의 중고 컨테이너선가지수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하우로빈슨 컨테이너선 용선지수(HRCI)가 활용됐다. 조사 기간 중 중고선가와 용선료의 비율이 가장 낮았던 때를 1, 가장 높았던 때를 100으로 놓고 버블지수를 만들었다.

버블지수 저점·고점 구간 매입 후 52주 평균 운임·용선료 비교

분석 결과, 버블지수가 낮을 때 선박을 산 경우가 유리했다. 버블지수 1~20 구간에서 선박을 매입한 뒤 52주 평균 운임지수는 4158.0으로, 71~100 구간에서 매입했을 때의 2412.2보다 약 1.7배 높았다. 평균 용선료지수도 각각 4759.5와 1839.6으로 저점 구간이 약 2.6배 높았다. 두 지표의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배값이 상대적으로 쌀 때 선박을 사들인 경우 이후 더 높은 운임과 용선료를 거둘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해운경기가 좋아진 뒤 비싼 값에 배를 사기보다 불황기에 가격이 떨어진 선박을 확보하는 ‘역발상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운임지수 VS. 중고컨테이너선가지수/용선지수(컨테이너 운임과 선박가격 과열지표 추이)[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운임지수 VS. 중고컨테이너선가지수/용선지수(컨테이너 운임과 선박가격 과열지표 추이)[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해운업계에서는 경기가 좋아지고 운임이 오르면 선박 투자를 늘리고, 불황에는 투자를 줄이는 일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호황기에는 선박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배값도 함께 오른다. 비싼 값에 배를 산 뒤 해운경기가 꺾이면 운임과 용선료는 떨어지는 반면 선박 투자비와 금융비용 부담은 남게 된다.

한진해운의 호황기 선박 투자와 용선 확대는 이런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국내 사례로 제시됐다. 반면 그리스 해운업계는 불황기에 가격이 떨어진 선박을 사들이는 역발상 투자 전략으로 세계 최대 해운국으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됐다. 호황기에 투자를 늘리고 불황기에 줄이는 투자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 과열을 알려주는 경보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버블지수를 호황기 과잉투자를 경계하고 선박을 언제 사야 할지 판단하는 참고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아직 실제 투자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사 기간이 달라지면 지숫값도 바뀔 수 있고 선박을 사고파는 비용과 금융·운항비용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 단계에서는 실시간 투자지표보다 시장 상황과 투자 시점을 사후에 분석하는 지표의 성격이 강하다.

이 교수는 “버블지수 저점 구간에서 선박을 매입할 경우 이후 52주간 운임과 용선료 수입이 고점 구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며 “정부와 해운 유관기관이 호황기 과잉투자를 억제하는 시장 경보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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