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보고보다 표 구하기가 먼저”… 세종 관가 짓누르는 KTX·SRT 예매난

한 달 후 출퇴근용 SRT 예매위해 토·일마다 오전 6시 59분 기상

“취소표 기다리다 하루 다 간다”… 추가 부처 이전에 앞서 인프라 구축 시급

서울역 승강장에 정차한 KTX 산천-SRT 중련 열차. [연합]
서울역 승강장에 정차한 KTX 산천-SRT 중련 열차.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세종시에 입주한 한 부처의 A 국장은 토·일요일마다 오전 6시59분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한 달 후에 탑승할 SRT 예매 때문에 주말 아침잠을 설친다. SRT 예매는 한 달 전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늦으면 한 달 후 출퇴근용 표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세종 입주 부처 B 과장은 급하게 잡힌 장관 보고 때문에 스마트폰 코레일 앱을 켰다. 그러나 금요일 오후 오송~서울행 KTX는 모든 자리 매진이었다. 서울 가는 것도 문제지만 금요일 오후 집인 세종으로 내려오는 표도 만만치 않다. B씨는 “업무 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붙들고 계속 새로고침을 누르면서 취소표가 나오기만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세종관가에서는 서울-세종 출퇴근 또는 서울 출장 열차표 구하기가 또 하나의 행정 병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세종이전 부처 기관들이 늘면 서울-오송 열차표 구하기는 더욱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이미 나오고 있다. 세종 이전 추가 부처 발표도 중요하지만 관련 인프라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송·대전과 서울·용산을 오가는 열차 승차인원은 2021년 583만 2000명에서 2025년 1084만 2000명으로 85.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 1분기(1~3월)에도 268만 5000명이 해당 구간 열차를 이용했다. 자료상 승차인원은 오송과 대전·서대전에서 서울·용산을 오간 인원을 합산한 수치다.

문제는 서울 중심의 회의 또는 보고가 지속되면서 세종부처 공무원들의 서울행은 절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종 관가에서는 서울 출장 수요가 더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동 전쟁과 부동산 시장 불안, 물가 대응에 새 정부 국정과제와 조직개편 논의까지 겹치면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와 부처 간 조율 회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긴급 현안의 경우 하루 전이나 당일 회의 일정이 잡히는 경우가 다반사로 KTX 예매난이 곧바로 출장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영상회의가 늘고 있지만 그래도 장관이 참석하는 대면회의에 세종에서 영상으로 참석하기에는 아직 눈치가 보인다”면서 “때로는 출장 자체보다 표를 구하는 데 행정력이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열차 공급 확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주말 기준 KTX 일일 운행 횟수는 2021년 285회에서 2022년 284회로 줄었다가 2023년 295회, 2024년 299회로 늘었다. 이후 2025년과 올해 5월 현재까지 299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도 운행 횟수가 사실상 한계에 가까워 단기간 증편은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 등 금융 부처기관들이 추가로 세종에 내려올 경우, 열차표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