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여 경영권 분쟁 와중 R&D철학 유지·신약개발 방향성 잡아줘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한미약품이 12년만에 최대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성과를 올렸다. 2020년 이후 수 년에 걸친 경영권 분쟁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유지돼온 R&D중심 경영철학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24일 한미에 따르면, 스위스 로슈그룹 자회사인 제넨텍(Genentech)과 비만 및 2형당뇨, 심혈관질환 등 대사질환 치료 혁신신약 후보물질 ‘HM17321’(UCN2 유사체)의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

계약규모는 최대 23억달러(약 3조1892억원)로, 계약금만 1억9000만달러(2629억원)다. 단일물질로는 사상 최대 계약이다. 한미는 지난 2015년 11월 사노피와 39억유로(당시환율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당뇨 신약후보물질 3종을 ‘퀀텀프로젝트’로 라이센스아웃 계약을 했다.

따라서 이번 성과는 2020년 8월 타계한 고 임성기 선대회장의 업적을 뛰어 넘는 규모다. 고 임 회장은 “R&D를 하지 않는 제약기업은 죽은 기업”이라는 강한 유지를 남겼다. 임 회장 타계 이후 상속세 재원 마련 방식의 이견으로 가족간 극심한 분쟁이 벌어졌다.

그 속에서도 한미의 핵심 경쟁력인 R&D가치까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은 이가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라고 안팎에선 평가한다. R&D 추진은 물론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방향도 잡아왔다고 한다.

한미의 이번 기술수출은 비만·대사질환 혁신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의 핵심 파이프라인 중 하나다. HOP는 단순 체중감량을 넘어 체성분 개선, 근육 보존·증진, 복약편의성 향상, 체중감량 후 유지관리까지 아우르는 비만 전주기 치료솔루션 구축 프로젝트다. 현재 에페글레나타이드, HM15275, HM17321, HM500197 등을 중심으로 총 6개 후보군을 운영하며 비만치료제의 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경영분쟁 종식 이후로도 내부갈등은 잦아들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 대주주 집단으로부터 집중적 개발중단 압력도 받았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라이릴리가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 가능성과 차별성을 높게 평가해 기술도입을 결정하면서 한미의 경쟁력이 재차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업계에서도 이번 계약이 단순한 기술수출을 넘어 대사질환 중심 연구개발 전략과 HOP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한 사례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선대회장 타계 이후에도 임 부회장은 구성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고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