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유가증권펀드·MMF 부문 떼 한투밸류에 흡수합병
27일 양사 이사회 승인…분할합병 기일 내년 1월 1일
한투운용은 패시브 ETF, 한투밸류는 액티브로 특화 전망
삼성운용 2017년 액티브 분리해 ‘KoAct’ 키운 사례와 닮은꼴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투자금융그룹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사업 영역을 재정비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맡아온 유가증권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사업 부문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넘기는 것이 골자다.
빠르게 커지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상품 개발과 마케팅, 의사결정 속도가 운용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운데 두 회사를 각각 패시브와 액티브 운용의 전문회사로 특화해 ‘두 개의 날개’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거 삼성자산운용이 액티브 주식운용 부문을 별도 자회사로 독립시켜 전문성을 강화한 것과도 닮은 행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손자회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분할합병 계약 체결을 승인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영업부문 가운데 유가증권펀드와 MMF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이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오는 9월 1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될 경우 분할합병 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이번 개편에 따른 그룹 지배구조의 변화는 없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모두 한국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다. 분할합병 이후에도 두 회사의 한국투자증권 완전 자회사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사업과 인력을 기능별로 재배치하되 소유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형태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직 재편 이후 두 회사의 역할이 이전보다 명확하게 나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패시브 ETF를 중심으로 운용 역량을 집중하며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넘어오는 일반 공모펀드와 MMF 등 액티브 운용 역량을 흡수하면서 액티브 전문 운용사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액티브 ETF까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주요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한 회사 안에 여러 운용 방식과 조직을 병렬적으로 두기보다 각 법인의 임무를 분명하게 설정해 상품 개발과 투자 판단의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ETF 시장에서는 비슷한 투자 테마가 등장한 뒤 여러 운용사가 짧은 간격을 두고 경쟁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상품을 얼마나 빨리 기획해 상장시키고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조직의 기민성이 과거보다 중요해졌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입장에서 이번 개편은 큰 변화다. 한투밸류운용은 2006년 한국투자증권이 전액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출범 당시부터 가치투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라는 정체성을 구축했다.
이번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액티브 운용 조직과 상품을 넘겨받게 되면 한투밸류운용의 위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가치투자 노하우와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이전되는 공모펀드 운용 인력·상품을 결합할 수 있어서다. 전통적인 액티브 공모펀드뿐만 아니라 액티브 ETF까지 하나의 조직에서 연계해 운용한다면 리서치와 종목 선정, 포트폴리오 운용 인력을 폭넓게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대형 운용사가 패시브와 액티브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법인 단위로 분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1월 운용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표로 액티브 운용 조직과 헤지펀드 조직을 각각 떼어내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역할 구분도 명확했다. 신설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국내 주식형펀드와 투자자문·일임업을 전담하도록 했다. 반면 존속법인 삼성자산운용은 국내외 인덱스펀드와 ETF, 채권, 대체투자 등 사업을 맡았다. ‘액티브 주식운용’과 ‘인덱스·ETF 등 나머지 사업’을 법인 단위에서 구분한 것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2023년 8월 독자적인 액티브 ETF 브랜드 ‘KoAct’를 출범시켰다. 전통 액티브 펀드 운용을 위해 분리했던 자회사가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적인 ETF 브랜드까지 갖춘 것이다.
이제 관심은 분할합병 이후 구체적인 조직과 상품의 재배치로 쏠린다. 당장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어느 수준의 운용 인력과 지원 인력이 한투밸류운용으로 이동할지, 기존 공모펀드 브랜드를 어떻게 정리할지, 향후 액티브 ETF를 어느 법인에서 어떤 브랜드로 전개할지 등이 관심사다. 세부 조직 개편안이 확정되면 두 회사의 성격은 지금보다 한층 선명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지고 상품 출시 주기가 짧아질수록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속도와 전문성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개편은 두 운용사가 서로 비슷한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 각자의 강점을 명확하게 하고 그룹 전체의 운용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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