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전 한전 부사장 등 현재 3배수 인사검증 진행중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후임 공모가 전직 전남도지사와 전직 국회의원으로 정치인 출신간의 경쟁구도로 좁혀졌다. 이로써 한국가스공사에 이어 한전도 정치인 출신 사장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확실시되면서 발전공기업 통합, 메가프로젝트 전력 공급, 계통 안정 등 현안을 다룰 수 있는 실무 이해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에너지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한전 임원추천위원회는 차기 사장 최종 후보군을 김영록 전 전남도지사, 오영식 전 국회의원(김부겸 총리 비서실장), 이종환 전 한전 사업총괄 부사장 등 3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마감한 한전 사장 공모에는 19명이 지원한 가운데 당초 하마평에 오르던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3배수에 들어가지 못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달 6일 차기 사장 모집 공고를 내고 14일까지 지원서를 받아 임추위 차원에서 최종 후보를 추려 재정경제부 공운위에 넘겼다. 공운위에서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선임 절차가 9부 능선을 넘게 되는 셈이다. 최종 후보 1인은 주무부처인 기후부 장관 임명 제청 후 대통령 재가를 통해 선임된다.
정치권에서는 김영록 전 전남도지사가 한전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행정고시 21회 출신인 김 전 지사는 한전 본사가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행정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전남도지사 재임 중 재생에너지 확대 및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오영식 전 의원은 진보 진영 17·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2018년 2월부터 12월까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냈다. 2021년 김부겸 전 국무총리 때 총리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코레일 사장 시절 2018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KTX-산천 열차 궤도 이탈 사고에 책임을 지고 조기 사퇴했다. 현재 김 전 지사 내정을 뒤집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언이다.
이종환 전 부사장은 35년간 한전맨으로 재직한 후 2023년 2월 정년 퇴임했다. 한전 퇴임 후엔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에서 객원교수로 근무했다. 한전 재직 시절 정보기술처 IT운영실장을 비롯해 배전운영처 배전운영실장, 부산울산본부 울산지사장, 평창동계올림픽전력본부장, 신사업추진처장 등을 역임하면서 전력사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이번 정부들어 유독 에너지공기업 수장에 정치권 인사들이 내정된 사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공모전부터 내정설이 돌았던 김 전지사가 대형 변수가 없을 경우 한전 사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에너지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한전 사장의 경우 정무적 고려보다 전문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발전공기업 통합, 메가프로젝트 전력 공급, 계통 안정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동시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 학습기간 없이 곧바로 현안을 다룰 수 있는 실무 이해도가 조직 운영 경험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전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송·변전 설비 확충에 총 72조8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와 주민수용성 확보 등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대응과 동시에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도 기여해야 하며, 발전공기업 5사 통합 등 대규모 조직개편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210조원이 넘는 회사의 부채까지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 공기업 사장 인선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 후보는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이처럼 산적한 에너지 부문 과제를 감안하면 전문성을 갖춘 인사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김동철 현 사장의 임기는 9월19일까지로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이어갈 전망이다.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인선 절차를 감안하면 실제 취임 시점은 9월 말 또는 10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망 투자와 요금체계, 계통운영 같은 기술적·재무적 판단이 잘못될 경우 그 여파가 산업 전반과 국민 생활에 곧바로 미친다”며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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