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영국 정보기관에 살해당했다는 주장과 스스로 죽음을 위장하고 살아 있다는 주장이 있다. 동시에 둘 다 맞는 내용일 수는 없다. 그런데 음모론을 강하게 믿는 사람 열에 아홉은 두 주장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 제5권 제8호에 스위스 프리부르대 알레산드로 미아니, 영국 브리스톨대 스테판 레반도우스키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믿음을 함께 갖는 것은 음모론자의 특징으로 오래 지목돼왔다. 2012년 다이애나 사례로 처음 보고된 뒤 비슷한 결과가 이어졌지만, 측정 방식이 허술해 실제로는 그런 사람이 3%도 안 된다는 반박이 2023년에 나오면서 학계 안에서 결론이 엇갈려 있었다.
음모론 믿을수록 앞뒤가 안 맞는 믿음 생긴다
연구팀은 양쪽 모두 측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기존 방식은 답변을 동의와 반대 둘로 나눠 양쪽 모두에 동의한 사람을 세는 식이었다. 살짝 동의한 사람과 확신하는 사람이 같은 한 명으로 묶여 얼마나 강하게 믿는지에 대해서는 평가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팀은 응답을 확률로 바꿔 계산했다. ‘매우 반대한다’부터 ‘매우 동의한다’까지의 답을 0%에서 100% 사이 숫자로 옮긴 뒤, 둘 다 참일 수 없는 두 주장에 매긴 숫자를 더했다.
합이 100%를 넘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봤다.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80%, 죽음을 위장했을 가능성이 65%라고 답하면 합이 145%가 된다.
연구팀은 피자를 몇 조각으로 나누든 한 판을 넘을 수 없다고 비유했다.
연구팀은 합이 100%를 넘어선 만큼을 점수로 측정했다. 둘 다 낮게 답한 사람은 합이 100%를 넘지 않아 점수가 0이다. 어느 쪽도 확신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 용어도 손봤다. 그동안 학계는 양립 불가능한 문장을 뭉뚱그려 모순이라 불러왔다. 하지만 논리학에서 모순은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가 반드시 거짓인 관계를 가리킨다.
다이애나가 살해당했다는 것과 죽음을 위장했다는 둘 다 참일 수 없을 뿐, 둘 다 거짓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방식으로 기존 여덟 개 연구에 참여했던 8590명의 응답을 다시 계산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개별 음모론에 대한 동의 여부와 별개로 세상이 소수 세력에 의해 조종된다고 보는지를 묻는 문항을 따로 두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항 점수를 음모론적 성향으로 삼아 응답자를 줄 세웠다. 앞뒤가 맞는지 판단할 때 쓴 답과 다른 자료로 성향을 재야 두 가지를 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향이 가장 낮은 사람 중에서 두 주장에 매긴 숫자의 합이 100%를 넘은 경우는 100명에 3명꼴이었다. 반대로 성향이 가장 높은 사람 중에서는 100명에 91명이었다.
음모론을 강하게 믿을수록 앞뒤가 맞지 않는 답을 한다는 뜻이다.
음모론을 믿는 이유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를 두고는 설명이 갈렸다.
하나는 믿고 싶어서라는 쪽이었다. 음모론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었느냐가 아니라 공식 발표가 거짓이라는 점이다.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든 죽음을 위장했다는 이야기든 공식 발표를 부정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편이니 둘 다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469명을 상대로 새로 실험했다.
실제 사건 대신 유럽을 무대로 지어낸 이야기 16개를 만들어 냈다. 이미 들어본 음모론이라 익숙해서 받아들이는 효과를 걷어내기 위해서다.
연구팀이 지어낸 이야기 중 하나는 유럽의회 의원의 딸이 스키를 타다 사라졌다 사흘 만에 돌아왔다는 내용이다.
응답자에게는 ‘아버지가 공금을 타 내려고 딸을 감금했다’와 ‘감금하지 않았다’처럼 둘 다 참일 수 없지만 둘 다 거짓일 수도 없는 답변을 고르게 했다.
음모론적 성향이 높을수록 두 숫자의 합이 100%를 넘었다. 꾸민 일이라는 설명이든 사고였다는 설명이든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골랐다.
연구팀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믿음이 줄지 않았다는 연구도 함께 언급했다. 모순을 직접 보여줘도 응답자들은 대체로 두 주장을 다시 짜맞춰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지어낸 이야기로 진행한 실험에 여러 장치를 한꺼번에 넣은 탓에 정확한 결과를 가려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참고논문
DOI : 10.1093/pnasnexus/pgag250
논문 정보 : Alessandro Miani, Nicole Cruz, Stephan Lewandowsky, Still very much dead and alive: Incoherence in conspiracism as a departure from Bayesian rationality, PNAS Nexus, Volume 5, Issue 8, August 2026, pgag250.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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