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극 LNG 15% 도입하면 호주·카타르 등 특정국 의존 완화

알래스카는 지정학적 안정성 높지만 공급망 다변화 효과 제한

국내 첫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상업성 검증도 본격화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달 31일 북극해에 진입해 운항하고 있다. 선박 앞에는 유빙이 보이고 있다. 2026.9.2 [해양수산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달 31일 북극해에 진입해 운항하고 있다. 선박 앞에는 유빙이 보이고 있다. 2026.9.2 [해양수산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유조선까지 피격되면서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산 에너지 수송로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가운데 러시아 북극과 미국 알래스카를 통한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이 대안으로 주목된다. 러시아 북극 LNG는 공급국 편중을 낮추는 효과가 크지만 제재와 운항 위험이, 알래스카 LNG는 안정적이지만 다변화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간한 학술지 ‘해양정책연구’에 실린 ‘북극·알래스카 항로 기반 한국의 LNG 공급망 다변화와 에너지 안보 함의’ 논문은 두 공급망의 효과와 위험을 비교·분석했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의 93%를 수입한다.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해 호르무즈·말라카해협을 거치는 원거리 해상운송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특정 해협이나 공급국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에너지 가격과 도입 일정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러시아 북극 LNG와 알래스카 LNG 비교

연구진은 현재 LNG 수입 구조를 유지하는 경우와 러시아 북극 LNG를 전체 수입량의 15%, 알래스카 LNG를 2% 도입하는 경우를 비교했다. 2024년 한국의 LNG 수입량 4600만톤(t)을 기준으로 러시아 북극 LNG는 690만t, 알래스카 LNG는 90만t을 새로 도입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분석 결과 러시아 북극 LNG는 공급국 편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가장 컸다. 현재 한국의 LNG 수입은 호주 28%, 카타르 18%, 미국 12%, 말레이시아 10% 등에 집중돼 있다. 러시아 북극 LNG를 15% 도입하면 호주 비중은 28%에서 24%, 카타르는 18%에서 15%, 미국은 12%에서 10%로 낮아진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러시아 북극항로가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기존 항로보다 한국까지의 운송 거리를 줄여 운송비와 운항 기간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빙선이나 쇄빙선 지원이 필요하고 높은 보험료와 계절별 해빙 변화도 감당해야 한다. 국제 제재와 한미동맹 관계까지 고려하면 러시아 북극 LNG는 ‘고위험·고수익’ 전략이라는 게 연구진의 평가다.

북극항로 운항 경로[해양수산부 제공]
북극항로 운항 경로[해양수산부 제공]

국내에서는 북극항로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범운항도 진행되고 있다. 국내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달 22일 부산신항을 출발해 31일 북극해에 진입했다. 러시아 북쪽의 북동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실제 화물을 실은 이번 운항을 통해 북극항로의 기술·환경·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알래스카 LNG는 지정학적 안정성이 강점으로 꼽혔다. 북태평양 일반 항로를 이용할 수 있어 쇄빙선이나 북극해 전용 보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전체 LNG 수입량의 2%를 도입하는 시나리오에서는 공급국 편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러시아 북극 LNG보다 작았다.

알래스카 LNG 도입이 확대돼 미국산 LNG 의존도가 높아지면 또 다른 공급국 편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미국의 통상·관세 정책 변화와 대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LNG가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춘 뒤 미국산 LNG 비중이 커지면서 다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연구진은 “러시아 북극 LNG와 알래스카 LNG 중 한쪽에 의존하기보다 경제성과 지정학적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 북극 LNG는 공급 분산 효과가 크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높고, 알래스카 LNG는 안정적이지만 보완적 수단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남재헌 해수부 차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충돌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북극항로는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을 넓힐 새로운 바닷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 국가전략 차원에서 북극항로를 계획대로 개척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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