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행 중인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코스피 하단을 방어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지난달 20일 이후 양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0거래일간 15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현재 매입 속도를 감안할 때 10월 중순 전후로 자금 집행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그 이후 수급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7월23일 종가기준 7000선을 넘어선 뒤, 이후 줄곧 6000대에서 횡보 중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거센 가운데, 기타법인이 약 10거래일 연속 1조5000억원 수준의 순매수를 보였다.

기타법인 순매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영향이다.

실제 양사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 시작한 지난달 20일부터 전날까지 기타법인은 무려 15조860억원을 순매수했다. 2일 기준 양사의 자사주 누적체결금액이 15조196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타법인 순매수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물량이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조1860억원, 외국인은 9조8280억원, 기관은 4조570억원을 순매도 했다. 주력 수급 주체가 모두 순매도에 나선 상황에서, 코스피 하단을 두 반도체 대장주의 자사주 매입이 떠받친 셈이다.

자사주 매입은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일 기준 삼성전자는 전체 취득 예정 물량(5328만5968주) 중 29.65%에 달하는 1580만주를 매입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예정 물량(2407만주)의 27%인 650만주를 사들였다.

현재의 자사주 매입 속도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이르면 10월 중순을 전후로 자사주 매입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당초 양사가 공시한 자사주 매입 완료 시점은 각각 11월21일, 11월19일이었는데, 이보다 한달 이상 이른 시점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탄력적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개인(손실 회피, 본전 매도), 기관(포지션 조정), 외국인(차익실현 및 매크로 위험 헤지) 모두 각자의 이유로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라면서 “그럼에도 현재 자사주 매입 속도를 유지한다고 가정 시, 3분기 실적시즌 전까지(10월 중순) 한달 정도의 수급 안전판을 갖고 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10월 이후 수급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거시환경과 외국인 자금의 귀환이 지수 반등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최근 호르무즈 인근 유조선 피격과 미국의 반격 등 중동 정세 불안에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9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8%를 넘어섰고, 일본 10년물 금리마저 약 30년 만에 3%를 돌파하며 경계감을 키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 이후, 기타법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15조원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최근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수급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다만, 국제 유가와 주요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확대되며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달러-원 환율이 하락 안정화된 점은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이지만,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약화가 부각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자사주 매입은 증시 하방을 막아줄 뿐 지수를 띄우는 상방 요인은 아니다”라며 “향후 수출 데이터를 통한 펀더멘털 호조 확인이나 매크로 불안 진정 등에 따른 외국인의 매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