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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이탈리아 어민들을 괴롭히던 외래 침입종 ‘푸른 꽃게(블루크랩)’가 수출 효자로 변신하고 있다. 한때 잡히는 족족 소각했던 블루크랩을 해외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연간 수백억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주 폴레시네 어민 협동조합은 올해 블루크랩 판매로 최대 2000만유로(약 316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루크랩 피해로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던 지역에 뜻밖의 반전이 찾아온 셈이다.

북미 대서양 연안이 원산지인 블루크랩은 최근 지중해에서 빠르게 세력을 넓혔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가뭄으로 포강의 담수 유입량이 줄면서 염도가 높아진 환경이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23년을 전후로 개체 수가 폭증하면서 이탈리아 토종 게뿐 아니라 포강 삼각주 지역 어민들의 주요 소득원인 조개 양식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블루크랩이 양식장의 조개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면서 어업 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초기 대응은 ‘퇴치’에 집중됐다. 어민들은 잡아들인 블루크랩을 대량으로 소각했고, 당국은 블루크랩의 천적인 문어 수만 마리를 방류하는 방안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왕성한 번식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AP는 블루크랩 포획물을 소각하는 방식이 약 2년간 이어졌다고 전했다.

문제는 잡은 블루크랩을 소비할 시장도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등에서는 식재료로 인기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생소한 데다 손질이 번거롭고 ‘조개를 파괴한 침입자’라는 부정적인 인식까지 강했다.

현지에서는 ‘블루크랩을 이길 수 없다면 먹어 치우자(If you can’t beat them, eat them)’는 취지의 소비 촉진 운동까지 벌였지만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피해가 누적되면서 폴레시네 어민 협동조합의 연간 매출은 한때 1500만유로 수준까지 줄었고, 한때 1500명에 달했던 조합원도 850명으로 감소했다. 조합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조개 산업이 무너진 결과였다.

결국 어민들은 블루크랩을 없애는 대신 ‘팔아보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탈리아 안에서 소비하기 어렵다면 블루크랩을 식재료로 받아들이는 해외 시장을 찾기로 한 것이다.

현재 블루크랩은 ㎏당 약 1.3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현지 어민들은 매일 아침 우리에서 잡아 올린 블루크랩을 선별해 가공·수출하고 있다.

주요 행선지는 스리랑카다. 잡힌 블루크랩은 익힌 뒤 냉동 상태로 현지에 보내지고,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손으로 살을 발라내 상품으로 가공한다. 완성된 게살은 다시 유럽 등 국제시장으로 팔리며 일부 제품은 이탈리아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폴레시네 어민 협동조합의 파올로 만친 회장은 “스리랑카에서 돌아온 게살이 그간 (소비 촉진) 캠페인에도 냉담했던 이탈리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블루크랩 수출은 침입종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던 어민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지만, 상업화만으로 생태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문어 방류 등 개체 수를 통제하기 위한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결국 블루크랩을 ‘없애야 할 침입자’에서 ‘팔 수 있는 수산물’로 바꾸는 시도와 함께 토종 생태계와 조개 양식장을 보호하기 위한 장기적인 개체 관리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ainbo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