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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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앞으로 더욱 강해져 연말 최성기에 이른 뒤 최소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세계 각지의 기온과 강수 패턴에도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3일 발표한 엘니뇨·라니냐 전망에서 오는 9∼11월 엘니뇨 상태가 지속될 확률을 사실상 100%로 제시했다.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엘니뇨가 이어질 확률 역시 거의 100%로 내다봤다. WMO가 이처럼 높은 확률로 엘니뇨 지속을 전망한 것은 이례적이다.

WMO는 “이번 예상 기간에 중립 상태나 라니냐가 발생한 상태로 돌아설 전망은 없다”면서 “엘니뇨 강도가 더 강해지겠으며 매우 강한 수준으로 발달해 연말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매우 강한 엘니뇨는 세계 곳곳의 기온과 강수 양상에 두드러진 변동을 일으킬 여지를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WMO의 9∼11월 계절 전망에서는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크게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엘니뇨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WMO 다중모델 평균은 9∼11월 니뇨3.4 지역 해수면 온도 편차가 약 3.6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중·동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다. 통상 니뇨3.4 지역의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이어지는지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는 해수면 온도 상승 폭 자체도 이례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약 2.6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 해수면 온도 편차가 2도 이상까지 커지면 비공식적으로 ‘슈퍼 엘니뇨’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다만 WMO는 공식 분류에서 ‘슈퍼 엘니뇨’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강도에 따라 약한·중간·강한·매우 강한 엘니뇨 등으로 구분한다. 이번 엘니뇨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수준’까지 발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기후예측 모델에서는 이번 엘니뇨가 과거 강력했던 1997∼1998년, 2015∼2016년, 2023∼2024년 엘니뇨에 버금가거나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WMO는 엘니뇨의 강도가 특정 지역에서 나타날 피해 규모와 직접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역별 영향은 인도양 해수면 온도와 대기 순환, 다른 기후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강한 엘니뇨가 이미 높은 전 지구 평균기온과 겹친다는 점이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에 저장된 열을 대기로 방출하면서 전 세계 평균기온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WMO는 지난 5월 발표한 중장기 기후 전망에서 2026∼2030년 가운데 최소 한 해가 현재 역대 가장 더운 해인 2024년 기록을 넘어설 확률을 86%로 제시했다. 특히 2026년 말 엘니뇨가 발달하면서 2027년이 새로운 최고기온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엘니뇨의 영향은 기온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폭우와 홍수 위험이 커지는가 하면, 반대로 가뭄이 심화할 수 있다. WMO는 강한 엘니뇨가 남미와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 증가를, 호주·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 등에서는 건조한 조건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기상 이변은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대표적으로 중남미에서는 가뭄으로 하천과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면서 농업과 수력발전, 운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파나마운하 역시 가뭄과 수위 저하가 반복될 경우 선박 운항 제한 등 글로벌 물류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역시 엘니뇨가 강할 때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실제 겨울 날씨는 엘니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북극 해빙, 시베리아 고기압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작용한다.

따라서 이번 엘니뇨가 ‘역대급’ 강도로 발달하더라도 한국에서 반드시 따뜻하고 비가 많은 겨울이 나타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엘니뇨가 연말까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폭염·가뭄·집중호우 등 세계 각지의 이상기후 위험과 함께 농산물 가격, 에너지 수요, 물류비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rainbo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