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빚어진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이겠다며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지침을 내놨다. ‘N% 성과급’과 공장 신설·이전이나 AI(인공지능) 도입 같은 경영 판단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공장 신설에 따른 인력 재배치나 근로조건 변화가 구체화되면 교섭·쟁의가 가능하다고 해 경계가 더 복잡해졌다.

삼성전자에서 비롯된 N% 성과급 요구는 다른 사업장으로 번지면서 혼란이 커졌다. 연구개발(R&D)이나 설비 투자 등에 활용할 재원을 근로자에게 먼저 나눠주는 게 맞느냐는 게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다. 이번에 정부가 판단 기준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은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기본급이나 연봉을 기준으로 한 일정 비율의 성과급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성과급이라도 지급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호남 반도체와 같은 공장 신설이나 이전, AI 도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투자나 기술 도입 자체는 경영 판단이어서 교섭·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인력 재배치나 근무 형태 조정은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대규모 투자와 인력 운영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공장을 짓기로 하면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고, AI를 도입하면 업무·인력 구조를 바꾸는 게 당연하다. 호남 반도체 투자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이 결국 노사 분쟁으로 이어져 사업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근로조건의 변동이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객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지가 아리송하다. 새 공장을 짓더라도 기존 인력을 옮길지, 새로 뽑을지, 자동화로 인력을 줄일지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한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결국 개별 사건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해도 행정지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노동쟁의의 범위를 새로운 사안이 나올 때마다 정부가 지침으로 하나하나 정해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N% 성과급과 호남 반도체 투자가 쟁점이지만 앞으로 어떤 경영 판단이 논란으로 불거질지 알 수 없다. 노란봉투법에 경영판단과 노동쟁의 대상의 기본 원칙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세부 기준은 시행령에서 구체화할 수 있도록 위임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정당한 경영판단과 투자가 노사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완하는 입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