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 치료제 오젬픽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이미 늙은 쥐에게 투여했더니 남은 수명이 석 달가량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젊을 때부터 관리한 쥐가 아니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처음 약을 넣은 쥐에서 나온 결과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미국 UC버클리 대사생물학·영양학과 다니카 첸 교수 연구팀은 20개월령 암컷 생쥐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를 자극하는 약이다. GLP-1은 음식이 들어오면 장에서 나와 인슐린 분비를 돕고 뇌에 작용해 식욕을 누르는 호르몬이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이 호르몬을 흉내 내는 약으로 제2형 당뇨와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심장과 콩팥, 간 질환,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도 부수적인 효과가 잇따라 보고됐다.
나이 든 쥐에게 투여해도 수명이 늘었다
연구팀은 20개월령 암컷 생쥐 79마리 가운데 40마리에 세마글루타이드를, 39마리에 생리식염수를 매일 주사하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지켜봤다.
생리식염수를 맞은 쥐들은 742일이 지나자 절반 가량 죽었고, 세마글루타이드를 맞은 쥐들은 92일을 더 살았다. 12%가량 수명이 늘어난 셈이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맞은 쥐는 생리식염수를 맞은 쥐보다 먹이를 24% 적게 먹었고 체중도 줄었다. 줄어든 무게는 대부분 지방에서 나왔다.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내려간 반면 근육을 비롯해 지방을 뺀 조직의 비율은 올라갔다.
연구팀은 수명 실험과 별도로 같은 나이의 쥐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3개월간 투여하고 몸 상태를 검사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맞은 쥐는 처음 보는 공간에 풀어놨을 때 생리식염수를 맞은 쥐보다 더 많이 돌아다녔고, 구멍이 뚫린 원판에서 탈출구를 찾는 기억력 검사에서도 더 빨리 길을 찾았다.
또한 근력과 균형을 재는 검사에서는 회전하는 막대 위와 뒤집어놓은 철망에 매달려 버틴 시간이 길었고, 트레드밀에서 지칠 때까지 달린 거리도 늘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맞은 쥐는 염증 지표도 내려갔다. 줄기세포 수는 줄었지만 골수를 채운 세포의 밀도는 높았다.
지방을 만들고 쌓는 데 쓰이는 유전자와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활동이 줄었고, 인슐린에 반응하는 유전자와 망가진 단백질을 정리하는 유전자는 더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쥐가 늙으면 염증과 지방 대사 쪽 유전자가 활발해지는데, 세마글루타이드는 소식을 하는 것 처럼 해당 유전자들을 다시 비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노화 스위치를 껐다고 설명했다.
수명을 늘리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가장 확실하게 검증된 것은 소식이다.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은 선에서 먹는 양만 줄이면 효모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노화가 느려진다는 사실은 오래전 보고된 바 있다.
수명 증가 뿐만 아니라 기능 되돌릴 가능성도
연구팀은 실제 소식을 하게끔 만든 쥐와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쥐를 비교했다.
소식하는 쥐들은 먹이가 케이지 안으로 들어오면 몰아서 먹고 나머지 시간을 굶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쥐들은 하루종일 먹이를 조금씩 나눠 먹었다.
소식하는 쥐들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행동을 통해 활동량이 올라갔는데 약물을 투여한 쥐들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빠진 체중과 지방은 두 무리가 비슷했다.
반면 기억력 검사에서는 약물을 투여한 쥐가 소식을 한 쥐보다 성적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GLP-1 약이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를 늦출 뿐 아니라 일부는 되돌릴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암컷만 사용한 이유에 대해 수컷끼리의 싸움과 부상이 결과를 흔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세마글루타이드 때문에 생긴 이상 반응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람에게서도 노화 속도와 수명이 달라지는지는 고령층을 대상으로한 임상시험이 있어야한다고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038/s41586-026-10940-7
논문 정보 : Feng, Y., Barthez, M., Wang, Y. et al. Late-life semaglutide treatment slows ageing and extends lifespan in female mice. Nature (2026).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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