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 수년간 안방극장엔 진부한 드라마가 난무했다. 사각 관계의 멜로구도는 해피엔딩을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 출생의 비밀, 복수, 불륜 등 예측 가능한 스토리, 구태의연한 설정이 넘쳐났다. ‘W’는 지금까지 본 적없는 기방한 상상력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 뻔한 설정을 없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밀어붙이는, 전에 없던 드라마다.
배우 이종석 한효주 주연의 이 드라마는 현실 불가능한 판타지를 구현, 동시간대 수목극 1위를 지키며 우위에 섰다.
‘W’는 기획 단계부터 MBC 내부에서 전사적으로 뛰어든 드라마다.‘나인’을 쓴 송재정 작가의 대본을 받아들고 “이렇게 좋은 대본이 왔는데 어떻게든 잘 살려보자”며 각 국에서 의기투합했다. 한국 드라마 사상 다시 없을 새로운 시도였고, 기발한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웹툰을 소재로 했을 뿐 웹툰 원작의 리메이크 드라마도 아니다. 전에 없던 창의력에 ‘W’는 ‘웹툰 원작’설이 돌 정도였다.
이 드라마를 이끄는 힘은 오로지 상상력이다. ‘W’는 사람에 의해 창조된 웹툰 세계가 실재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드라마 속 인기 절정의 웹툰 ‘W’의 작가 오성무(김의성)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와 그 곳의 주인공 강철이 작가의 의지를 벗어나 살아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피조물을 죽이려 한다. 아버지를 찾으려다 난데없이 웹툰 속으로 빨려 들어간 여주인공 오연주(한효주)는 그 세계의 주인공인 강철(이종석)을 죽음의 위기에서 살려낸다. 현실과 웹툰 세계의 도킹이 시작된 지점이다.
서사는 서로의 세계를 오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유의지를 가진 강철은 자신이 웹툰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고난 속에서 헤매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한다. 그러다 다시 살아나 기억을 잃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스스로를 움직인다. 창조주에 맞서는 피조물의 저항은마치 신과 인간의 관계처럼 옮겨지며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던 와중에 자유의지를 가진 또 다른 인물 ‘진범’이 등장하며 ‘W’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이어갔다.
‘W’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에도 시청층을 담보할 수 있었던 것은 구성의 힘이 컸다. 드라마는 액자식 구성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최적의 수를 뒀다. 두 세계를 동등한 크기로 보여주는 구성을 취하는 것으로 허무맹랑한 ‘판타지’에 대한 이질감을 덜어냈다.
1회의 첫 장면. 강철의 올림픽 무대가 출발이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금메달을 따낸 강철의 성공기를 먼저 보여주더니 이내 주인공을 역경 속에 몰아넣는다. 잔혹한 가족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덧씌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한강 다리에서 자살하는 장면까지 속사포로 전개가 이어졌다. 그 뒤에야 현실 속 인물인 여주인공 오연주(한효주)가 등장, 이 모든 것이 ‘웹툰’이라고 설명한다.
‘W’의 구성이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 안에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를 모두 현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등한 크기로 만든 두 개의 현실, 굳이 웹툰 세계를 먼저 등장시켜 시청자로 하여금 ‘판타지’에 대한 거부감을 덜게한 것은 이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신의 한 수’였다.
드라마는 중반부를 거치며 도리어 웹툰 쪽으로 세계의 크기가 더 기울어지더니, 결국 웹툰 속 주인공인 강철이 현실로 돌아와 살아남고, 그 세계를 창조한 작가는 웹툰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밀고 가는 이 드라마에는 미스터리와 스릴러, 멜로에 코믹까지 얹으며 매회 반전을 거듭했다. 송재정 작가의 이 복잡다단한 스토리는 각 장르가 유기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스토리의 설득력을 높였다.
송재정 작가가 풀어놓은 스토리를 차분히 정리한 것은 연출자의 몫이었다. 정대윤 피디는 웹툰 세계와 현실 세계를 미묘한 색감과 질감의 차이로 구분한 연출력으로 안방을 찾았다. 2차원의 세계를 3차원의 현실 세계로 구현하는 송재정 작가의 심오한 대본을 영상으로 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차원 이동을 영상화하는 작업에서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변화를 포착해낸 것도 묘수였다.
이 드라마의 세심한 배려는 웹툰 제작 과정에서도 나온다. 극중 등장하는 웹툰은 별도의 제작팀을 두고 작업했다. 6~7명으로 구성된 일러스트 팀이 작업으로 하면 영상으로 옮겨내는 방식을 취했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로부터 자문을 얻었다. 윤 작가는 ‘W’의 기획단계에 참여해 고문 역할을 했다. 특히 드라마 속 웹툰작가 오성무의 작업방식, 집착증, 생활환경과 패턴 등도 윤태호 작가에게 자문을 구해 태어났다.
드라는 안방극장 사상 다시 없을 상상력을 풀어놓고, 16회 내내 복잡한 스토리를 이어가다 막을 내렸다. 송재정 작가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의 블로그에 ‘W’의 전회 대본을 공개하는 결정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파격의 연속이다.
shee@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