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게티이미지뱅크]
멜론.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900년 전 중국 사람들이 먹던 멜론은 후식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진흙에 묻혀 있던 씨앗에서 DNA를 읽어냈더니, 과육은 주황색이 아니었고 단맛도 강하지 않았다. 아삭하게 씹어 먹거나 절이거나 반찬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123권 36호에 영국 더럼대 나타나엘 워커헤일과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의 수잔 레너 연구팀은 송나라 시대 멜론 씨앗의 유전체를 해독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굴현장에서 발견된 씨앗 실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123권 36호]
발굴현장에서 발견된 씨앗 실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123권 36호]

900년 전 멜론은 달지 않아

연구팀은 중국 고대 유적에서 발견된 씨앗 24개 중 DNA를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두 개의 씨앗을 분석했다. 이 씨앗들은 물에 잠긴 퇴적층에 묻혀 공기가 닿지 않았던 덕분에 유전자가 보존됐다.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결과 1020년에서 1150년 사이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살펴본 씨앗의 DNA에는 과육을 주황색으로 만드는 유전자형이 없었다. 껍질을 흰색으로 만드는 결손도 없어 노란빛을 띠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다른 씨앗에서는 과육을 녹색으로 만드는 유전자형이 나왔다.

맛 부분에서도 두 씨앗 모두 열매를 딴 뒤에 계속 익어가는 유형이 아니라, 열매를 딴 시점의 상태가 유지되는 유형에 해당했다. 수확한 뒤 무르익으면서 당도가 오르는 요즘 멜론과는 다른 계열이다. 한 씨앗에서는 신맛을 결정하는 유전자에 변화가 있어 산도도 낮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참외. [게티이미지뱅크]
참외. [게티이미지뱅크]

초록 멜론보단 노란 참외와 비슷한 모습

노란 껍질, 흰색에서 연녹색 사이의 속살을 가진 멜론은 우리나라의 참외와 비슷한 형태로 보인다.

일본의 절임용 품종, 남인도의 조리용 멜론, 수단의 재래종도 같은 계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맛이 달아 후식으로 먹지만 다른 나라들은 달지 않아 반찬으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송나라 시대 멜론도 이런 방식으로 소비됐을 것으로 봤다. 은은하게 단 과일로 그대로 먹거나 가공해서 반찬으로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송나라 시대 중국의 조리법을 직접 확인한 자료가 아니라 형질이 같은 현생 품종의 쓰임에서 미뤄 짚은 추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원저우의 옛 항구 발굴 현장.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123권 36호]
중국 원저우의 옛 항구 발굴 현장.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123권 36호]

중국 멜론은 인도를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

씨앗이 나온 중국 원저우의 항구는 송나라 때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무역 거점이었다. 2024년 발굴에서는 쌀과 함께 복숭아, 포도, 올리브, 대추가 나왔고 리치와 키위까지 섞여 있었다.

중국에서 자라지 않는 열대 과일이 함께 나왔다는 것은 바닷길로 들어온 물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현대 멜론 294개 계통과 비교해 옛 멜론 씨앗들이 중국에서 재배되던 동아시아 계통 안에 들어간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만 동아시아권 멜론의 기원이 어디인지는 풀리지 않았다. 멜론이 작물이 된 곳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북동 아프리카 한 곳과 인도 두 곳이다. 그런데 중국 양쯔강 하류에서는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에 걸쳐 같은 속의 씨앗이 계속 나왔다. 중국에서 별도로 작물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돼 온 이유다.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씨앗의 유전자에서 추정한 형질로 복원한 송나라 시대 멜론. 실제 크기와 모양은 유전자로 알 수 없다.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123권 36호]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씨앗의 유전자에서 추정한 형질로 복원한 송나라 시대 멜론. 실제 크기와 모양은 유전자로 알 수 없다.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123권 36호]

이번에 발견된 씨앗은 중국 멜론이 인도 쪽에서 들어왔다는 가설과 들어맞는다. 그렇다고 중국 자체에서 작물화됐을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야생 멜론 집단이 확인된 적이 없어 비교할 대상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더 과거 시점의 멜론 씨앗을 찾아 DNA를 확보해야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씨앗 두 개에서만 나온 결과라며 DNA 표본이 적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참고논문

DOI : 10.1073/pnas.2610284123

논문 정보 : N. Walker-Hale,Y. Zheng,M. Verdenaud,L. Pereira,O.A. Pérez-Escobar,M. Preick,A. Bendahmane,M.V. Westbury,M. Hofreiter,H. Schaefer,X. Liu,G. Chomicki, & S.S. Renner, Ancient DNA reveals early use of melons in China’s Song dynasty, Proc. Natl. Acad. Sci. U.S.A. 123 (36) e261028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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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sdn11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