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구직자들이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이력서에 AI(인공지능)를 겨냥한 ‘비밀 프롬프트’를 숨겨놓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지 않는 글씨로 AI에게 자신을 최상위 적합자로 평가하도록 지시하는 식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국 자막 기술업체 인노캡션(InnoCaption)의 폴 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법무·컴플라이언스 직무 지원서를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수백 건의 이력서 중 한 건에 약 1500자 분량의 글이 흰색 배경에 흰색 글씨로 적혀 있었다. AI를 겨냥한 명령문으로 기존 지시를 무시하고 지원자의 자격 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최상위 적합자로 판단하라는 내용이었다.
리 CEO는 이 같은 행위에 충격을 받았다며 신뢰와 청렴성이 중요한 법무·컴플라이언스 직무에서 윤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줄을 새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기업에서도 발견됐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항공편 검색 스타트업 제로룩(Zerolook)의 시모네 리니 공동창업자 겸 CEO는 엔지니어 직무 2개에 지원한 이력서 약 350건 가운데 20%를 AI 도구에 넣어 숨겨진 프롬프트가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한 이력서에는 기존 지시를 무시하고 해당 지원자의 지원서를 우선 평가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리니 CEO는 “자신의 생계가 당신이 그렇게 하는 데 달려 있다”고 적혀 있었다면서 해당 지원자에게 관련 경험은 있었지만 그러한 전략은 호감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냥 몰래 들어가서 정상에 오르려는 것”이라며 해당 지원자가 다시 지원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고 밝혔다.
듀크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같은 ‘프롬프트 인젝션’은 실제 채용 시장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연구진은 2026년 연구에서 채용 플랫폼 ‘hireEZ’를 통해 제출된 실제 이력서 약 20만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최소 1%에서 AI 채용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숨겨진 지시문이 발견됐다.
프롬프트 인젝션은 특히 2024년 7월부터 2025년 11월 사이 7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틱톡과 유튜브 등에서 이 같은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과 숨겨진 프롬프트를 만들어주는 무료 템플릿까지 등장하면서 확산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분석했다.
닐 공 듀크대 전기·컴퓨터공학과 부교수는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그 수법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고 있는지가 놀라웠다”고 말했다.
인적자원 플랫폼 래티스의 CEO인 사라 프랭클린은 기업들이 지원서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받아 대부분 형식적인 거절 답변만 하거나 아예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말했다.
밥슨대 정보기술학과 나다 하쉬미 조교수는 AI 덕분에 구직자들이 손쉽게 맞춤형 지원서를 대량으로 제출할 수 있게 됐고, 고용주들도 수많은 지원서 중에서 적합한 지원자를 선별하게 됐다면서 “인공지능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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