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배당금’ 시행땐 총 1.2조弗…‘천조국’ 국방비도 능가
관세수입 전망치 1250억달러…필요 재원의 10분의 1 수준
“결국 빚 아니면 증세”…공화당 내부서도 “재정적자 감당 못해”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 다수당을 유지할 경우 미국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약 670만원)씩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2026 회계연도 국가방위예산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성인 미국인은 약 2억4000만명으로, 1인당 5000달러씩 지급하면 총액은 1조2000억달러(약 1616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거둔 세입(약 5조2500억달러)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2026 회계연도 미국의 전체 국가방위 예산 1조119억달러(1417조원)를 훨씬 넘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원으로 관세 수입을 거론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5000달러 재원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21조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 정도에 가까운 액수라도 벌어들인 나라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그 아름다운 단어, 관세 덕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1조달러는 실제 관세 수입액이 아니라 자신의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는 다른 나라들의 대미 투자금 총액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수입만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당초 예상했던 2026 회계연도 관세 수입 4180억달러를 모두 쏟아부어도 필요 재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다, 연방대법원이 일부 트럼프 관세를 무효화하면서 실제 수입 전망은 이보다 더 낮아졌다. 현행 정책이 유지될 경우 내년 관세 수입은 약 125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미 조세재단은 전망했다. 여기에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이미 걷힌 관세 중 약 1660억달러가 환급될 가능성까지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친(親)트럼프 성향 폭스뉴스조차 연간 2000억달러 안팎인 미국의 관세 수입이 “이 공약에 드는 것으로 추산되는 비용에 크게 못 미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결국 ‘5000달러 배당’이 현실화하려면 대규모 추가 차입이나 증세·지출 삭감 없이는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 액션포럼의 더글러스 홀츠이킨 회장은 “엄청난 규모의 제안”이라며 “수표를 지급하려면 의회가 예산을 승인해야 하고, 그 뒤에는 1조2000억달러를 빌리거나 같은 규모의 세금을 더 걷거나, 혹은 두 방법을 섞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40조달러를 넘어선 미국 국가부채는 이런 우려에 더 무게를 싣는다. 초당파 싱크탱크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야 맥기니어스 회장은 10일 “차입 확대와 금리 상승, 장기 성장 강화, 국가부채 폭증, 인플레이션 상승, 미래 세대의 부채 부담 확대를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혼자 결정해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할 권한도 없다.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수적인데, 국가부채에 급증 우려로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조차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실제 법률로 제정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칩 로이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은 9일 밤 엑스(X)에 “재정적자는 차지하더라도 이 돈이면 부양가족이 있는 기혼 가구 가운데 소득 20만달러 이하 가구의 세금을 10년 동안 거의 없앨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켄터키)도 엑스를 통해 자신의 표를 5000달러로 살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모욕적”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할 인플레이션은 말할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규모도 훨씬 작았고 경제 상황도 지금과는 크게 달랐다. 미 의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됐던 2020년 초 초당적 법안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600달러 규모의 2차 지급안도 통과시켰다. 민주당 역시 2021년 초 상원 다수당 지위를 가져온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현금 지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그해 3월 단독 처리한 경기부양 법안을 통해 1인당 1400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민주당은 사실상 이번 공약을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로이드 도겟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은 “공짜로 5000달러라니. 트럼프는 미국인들이 순진해서 그의 거짓말이 클수록 더 잘 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속임수를 간파할수록 트럼프는 더욱 절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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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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