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6, NIPA 주도 K-AI 반도체관 조성
쿠쿠, ‘딥엑스’ AI칩 탑재한 바리스타 정수기 시연
퓨리오사AI·리벨리온·하이퍼엑셀 등판
유럽 찾아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 공략
AI 반도체 기업 찾는 IFA, 엔비디아·AMD도 참가
<편집자주>
‘칩칩팹팹(Chip Chip Fab Fab)’은 AI 시대를 움직이는 반도체 산업을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AI 혁명의 핵심인 ‘칩(Chip)’과 이를 만드는 ‘팹(Fab)’을 잇는 이름으로,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처럼 반도체 산업의 쉼 없는 진보를 담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기술은 쉽게, 뉴스 이면의 이야기와 산업의 흐름은 깊이 있게 전하며, AI 시대를 이끄는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읽어갑니다.
[헤럴드경제(베를린)=이정완 기자] 글로벌 가전회사들로 즐비하던 IFA 2026 전시회에 국내 인공지능(AI)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대표주자인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셀이 깜짝 등장했다. 이들 기업은 해외 B2B(기업간 거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유럽을 찾았다.
심지어 전기밥솥으로 유명한 쿠쿠도 반도체 기업들이 모여 있는 K-AI 반도체관에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알고보니 쿠쿠가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AI 바리스타 정수기’에는 국내 팹리스 기업 딥엑스가 설계한 칩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말 한마디로 커피 내려준다…딥엑스 NPU 품은 AI 정수기
국내 AI 팹리스 기업들은 지난 4~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6’에서 K-AI 반도체관을 꾸리고 한 자리에 모였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국내 AI 생태계를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회 참가를 주도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AI 반도체가 가전에 적용된 사례였다. 쿠쿠는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AI 바리스타 정수기를 선보였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원두에 맞는 물 온도·추출량·추출 시간을 정수기가 계산해 드립 커피를 내려준다. 대규모언어모델(LLM)에 기반해 사용자가 음성으로 커피를 진하게 혹은 연하게 내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AI 바리스타 정수기는 딥엑스의 ‘DX-M1’ 칩을 통해 구현됐다. 쿠쿠는 지난해 말 딥엑스, 에이블AI 등과 협력해 정수기와 AI 드립커피 추출 기능이 결합된 디바이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딥엑스의 DX-M1은 클라우드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도록 개발돼 AI 바리스타 정수기 같은 제품에 제격이다.
전력 소모와 비용 부담을 낮춰 수요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양산에 돌입해 1년 동안 전세계 10여개 국가에서 1300만달러 이상 상업용 구매주문을 확보했다.
저전력·고효율 앞세운 K-팹리스, 유럽 데이터센터 공략
국가대표 AI 팹리스인 퓨리오사AI·리벨리온·하이퍼엑셀도 나란히 부스를 꾸렸다. 퓨리오사AI는 2세대 AI 추론 가속기인 ‘레니게이드(RNGD)’를 들고 나왔다. RNGD는 TSMC 5나노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48GB(기가바이트) 용량과 초당 1.5TB(테라바이트) 대역폭을 갖춘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가 탑재됐다.
퓨리오사AI는 이번 전시에서 RNGD를 기반으로 한 삼성SDS의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을 전면에 소개했다. NPUaaS(NPU as a Service) 형태로 직접 AI 서버를 구매하지 않아도 구독형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리벨리온은 올해 하반기 출시될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 100’을 전시했다. 고성능 서버용으로 쓰이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 급으로 평가받는 제품이다.
이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AI 추론 영역에서 고객의 투자대비수익률(ROI) 향상에 집중하겠단 전략이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GPU는 학습부터 추론, 비트코인 채굴까지 모두 다하지만 리벨 100은 추론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대신 추론 분야에선 GPU보다 훨씬 더 저전력으로 많은 성능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하이퍼엑셀 역시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가속기 ‘베르다(Bertha)’를 들고 나왔다. 베르다의 강점은 ‘가성비’다.
베르다는 HBM이 아닌 LPDDR(저전력 D램)을 사용해 다른 NPU에 비해 대역폭은 낮지만 전력 소모량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용량당 가격이 HBM 대비 저렴해 보급형 AI 가속기를 지향한다.
하이퍼엑셀 관계자는 “유럽 전시회는 처음 나와서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면서 “유럽 시장도 엔비디아에 의존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다른 공급망을 찾는 분위기를 감지해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전 넘어 AI 생태계로…엔비디아·AMD도 영토 넓히는 IFA
IFA에 AI 반도체 기업이 등장한 건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IFA 주관사는 전시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전 제품에 집중했던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반도체·로봇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엔비디아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엔비디아는 이번 IFA 2026에서 로컬 AI의 접근성과 성능을 높이는 신기술을 발표하고 다양한 파트너사와 로컬 AI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고 밝혔다.
특히 개인용 AI 라우터인 ‘PAIR(페어)’를 최초 공개했다. 미국 가정 절반 이상이 PC(개인용컴퓨터)를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컴퓨터 자원이 사용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페어는 이러한 유휴 컴퓨팅 자원을 로컬 AI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에이전트AI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모든 요청이 동일 GPU를 활용하면 성능 저하가 불가피하다. 페어는 로컬 네트워크에서 호환되는 PC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여유 용량이 있는 시스템으로 개별적인 추론 요청을 전달한다.
다음달엔 ‘엔비디아 RTX 스파크’ 윈도우 PC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엔비디아 파트너사도 IFA에서 신규 하드웨어를 선보였다. 에이서는 소형 데스크톱 RTX 스파크 콘셉트를 공개했으며 레노버는 요가 프로 9n을 소개했다.
또 다른 AI 반도체 기업인 AMD는 올해부터 삼성전자가 빠진 ‘시티큐브 베를린’ 전시장에 부스를 차렸다. 잭 후인 AMD 컴퓨팅·그래픽 그룹 수석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PC가 개인용 AI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로컬 AI 플랫폼인 ‘라이젠 AI 헤일로’가 탑재된 노트북을 선보였다.
다만 전시 부스에선 게이밍 경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AMD의 중앙처리장치(CPU)와 GPU가 적용된 PC를 주로 선보였다. 전시관도 ‘리테일 이노베이션 존’에 위치했다.
AMD 관계자는 “AMD는 AI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게이밍 분야에서도 오랜 기간 역량을 쌓아왔다”며 “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 등에 AMD 칩이 쓰이는 만큼 이를 소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jeong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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