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급등에 전기료 인상압력 커져…하루 이자 115억원

삼성·SK, 전기요금 선납 거절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연합]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내달부터 적용되는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이 현재 수준으로 동결될 전망이다. 한국전력의 부채가 200조원을 웃돌고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서민·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내 전력도매시장의 기준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하루에 115억 가량의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14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행과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공고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3개월간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브렌트유 등의 평균 가격을 반영해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3분기 이후 현재까지 연료비 변동과 관계없이 최대치인 +5원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상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월평균 육지 SMP는 1월 102.84원/kWh에서 8월 147.88원으로 43.8% 올랐다.

9월 1~8일 평균은 143.85원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초보다 약 40% 높다. 일별·시간대별 변동폭은 더욱 크다. 9월 1~4일 일평균 가격은 150~168원대를 나타냈지만 주말인 5~6일에는 97~106원대로 급락했다. 이후 7일 150.38원, 8일 141.10원으로 다시 상승했다.

올해 SMP 상승의 주된 원인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다. 2월말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제 LNG 시장의 공급불안이 커졌다. 국내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은 3월 GJ당 1만3731원에서 6월 1만9379원, 8월 2만2726원으로 5개월 연속 상승했다. 1월과 비교하면 약 39% 올랐다.

한전은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구입해 가정과 기업에 판매한다. 문제는 도매가격인 SMP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소매 전기요금이 자동으로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 연료가격과 SMP가 급등해 전력구입비가 늘어나더라도 정부가 물가나 산업경쟁력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하면 늘어난 비용은 한전이 먼저 떠안게 된다.

한전은 2022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모두 일곱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2024년 10월에는 산업용 요금을 평균 9.7%, kWh당 16.1원 올렸다. 이후 전기요금은 동결됐고 올해 4월에는 산업용을 중심으로 계절·시간대별 요금체계만 손질했다.

요금인상과 국제 연료가격 안정에 힘입어 한전은 지난해 13조49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과거 누적된 적자와 부채는 여전히 부담이다. 2026년 상반기 기준 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전기요금 정상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원가와 요금의 괴리가 장기간 지속되면 한전의 부채와 이자비용이 늘어나 현재 미룬 부담이 결국 미래 소비자의 전기요금이나 재정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전이 제안한 5년치 전기요금 25조원 선납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했다.앞서 한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약 20조원과 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을 선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양사가 납부한 전기료를 기준으로 각각 5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