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입장 표명

“장기 임차 시장서 중소 사업자와 경쟁 중”

“공공조달, 여전사 4곳이 중소 24곳보다 많아”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제공]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제공]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금융당국이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동차 렌탈사업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렌터카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차량 구매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가 직접 렌터카 사업까지 확대할 경우 자금력에서 열세인 중소 렌터카업체의 영업 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14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부수업무인 자동차 렌탈 취급한도 규제를 완화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캐피탈사 등 여전사는 본업인 리스뿐 아니라 자동차 렌탈사업도 부수업무로 할 수 있다. 다만 렌탈사업이 본업보다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렌탈 취급 규모에 제한을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여전업계 간담회에서 현재 ‘본업 실적 한도 내’로만 허용되는 렌탈 취급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렌터카업계에서는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가 동시에 같은 고객을 두고 경쟁하는 사업자가 되는 구조”라며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캐피탈사는 자동차 리스와 렌터카 사업을 모두 할 수 있는 반면, 일반 렌터카업체는 자동차 대여를 주력 사업으로 한다. 특히 렌터카업체가 차량을 대량 구매할 때 캐피탈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과거에도 여전사의 렌탈 업무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금융위는 2020년 기업간거래(B2B) 렌탈의 경우 리스를 취급하지 않는 물건도 렌탈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다만 당시에도 중소 렌탈시장 침해를 막기 위해 품목·업종·취급규모 등에 별도 기준을 두도록 했다. 금융위는 리스에 대해 특정 물건을 일정 기간 사용하도록 하고 대가를 나눠 받는 금융으로, 렌탈은 물건을 임대한 뒤 계약 종료 후 돌려받는 방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렌터카연합회는 특히 규제 완화 시 여전사가 중소 렌터카업체 업체를 잠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가 조달청 나라장터 자동차렌트서비스 계약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26일부터 8월 25일까지 체결된 계약은 총 746건, 약 554억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대기업 8개사가 384건·318억원, 중견기업 3개사가 309건·215억원, 중소기업 24개사가 53건·21억원을 각각 수주했다.

특히 여신전문금융회사 4개사가 수주한 계약은 40건, 약 26억원으로 중소기업 24개사의 전체 계약액인 약 21억원을 웃돌았다. 계약 1건당 평균 금액도 여전사가 약 6500만원으로 중소기업의 약 3800만원보다 1.7배 많았다. 연합회는 해당 계약이 모두 장기 자동차 임차 계약이라는 점을 들어 캐피탈사와 중소 렌터카업체가 이미 같은 장기렌터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 렌터카업체의 수익 구조도 장기대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차량 안전기술 발달로 사고 발생 때 제공하는 사고대차 물량이 줄어든 데다 단기대여 시장에서는 카셰어링이 성장하면서다. 연합회는 차량 1000대를 보유한 중소사업자를 기준으로 약 700대가 장기 계약으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중소 렌터카 사업자가 단기대여나 사고대차만 취급한다는 전제는 현재 시장과 맞지 않는다”며 “취급한도라는 제동장치가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사 4개사가 중소기업 24개사보다 더 많은 공공조달 물량을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인과 소규모 법인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는 여전사와 중소 렌터카업체 간 경쟁 조건이 더욱 다르다고 연합회는 지적했다. 공공조달은 입찰 조건과 가격 등이 공개돼 있지만 개인 고객 시장은 금융·자동차 판매 접점에서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자금과 판매망을 보유한 금융회사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사례도 제시했다. 연합회는 미국의 경우 은행 등의 리스 업무를 비운용·전액회수 방식으로 제한하고 잔존가치에도 한도를 두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금융리스를 금융업무로 분류하는 반면 운용리스는 금융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금융회사가 잔존가치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운용리스와 렌탈을 제한하는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국내 제도가 이미 상대적으로 폭넓게 렌탈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연합회는 렌탈 취급한도 완화에 앞서 ▷독립기관을 통한 시장 영향분석 ▷시장 경쟁 및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담당하는 관계부처와의 협의 ▷자금공급자가 경쟁자로 활동하는 구조에 대한 이해상충 검토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중소 렌터카 사업자가 실제 어떤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 제도 개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