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중동 13개국 무역관 현지 상황 점검
13개국 항공운송 가능…해운 대체루트 운송
공동물류센터 이용 한도 1.5배 상향해 지원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6개월째 이어지면서 중동 수출 물류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접근이 어려워지자 수출기업들은 대체 항만 등 우회로를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운송기간이 최대 수개월로 늘고 운임까지 급등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9월 초 기준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의 주요 항만 24곳 가운데 정상 운항 중인 곳은 9곳에 그쳤다. 나머지 15곳은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있거나 운영이 제한·중단돼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정상 운항 중인 항만은 UAE 코르파칸·푸자이라, 오만 소하르·살랄라·두큼, 사우디 젯다이슬라믹·킹압둘라·얀부·자잔항 등이다. 반면 중동 물류의 핵심 거점이었던 UAE 제벨알리·칼리파항을 비롯해 사우디 담만·쥬베일, 카타르 하마드, 쿠웨이트 슈와이크항 등은 정상적인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외항을 이용한 뒤 트럭으로 GCC 각국까지 화물을 옮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UAE 코르파칸항에서 샤르자를 거쳐 두바이·아부다비로 이동하거나, 오만 소하르항에서 육로로 UAE를 거쳐 GCC 각국으로 운송하는 식이다. 해협에서 1200㎞ 떨어진 오만 살랄라항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육상운송 거리가 길어 비용 부담이 크다. 사우디 서부의 젯다·킹압둘라항도 홍해를 통해 접근할 수 있지만 후티 반군 공격 위험이 변수다.
우회 운송이 일상화되면서 배송 기간도 크게 늘었다. UAE는 코르파칸·푸자이라 등 외항을 이용할 경우 약 45~60일이 걸리고, 사우디는 희망봉을 경유하면 8~10주가 소요된다. 오만도 해협 외항을 이용할 경우 30~45일가량 걸린다. 알제리까지는 최장 4.5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통로로 꼽히던 홍해까지 불안해지면서 우회로 선택지도 좁아지고 있다. 9월 들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사우디와 후티 반군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사우디행 화물도 희망봉을 돌아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코르파칸·소하르·살랄라·젯다 등 대체항만에는 물동량이 몰리며 병목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항공운송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다. 코트라가 중동 13개국 무역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 현재 13개국 모두 최대 2주 안에 항공 운송이 가능하다. 다만 운임이 높아 긴급 물량이나 소량 샘플 등을 중심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현지 바이어는 기존 해상운송 물량을 자비로 항공편으로 돌리기도 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류비 상승도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409.6으로 미·이란 충돌이 시작된 2월 말과 비교해 2.5배 가까이 뛰었다. 전쟁위험료와 유류할증료, 항만 혼잡료까지 추가로 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한국의 대중동 수출액은 11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5% 감소했다.
코트라는 중동 물류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수출기업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동 피해기업 대상 해외공동물류센터 지원 한도를 기존보다 1.5배 늘린다. 미국·일본 지역은 무역관별 최대 3600만원, 유럽·캐나다는 3000만원, 중국·동남아·중동 등은 2400만원까지 지원한다.
중동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시장 발굴에도 나선다. 쇼피와 협업해 베트남·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의 현지 물류비를 지원하고, 향후 브라질·미국·일본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중동전쟁 장기화로 고비는 넘겼지만 기업 애로가 지속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중동시장 복원에서 나아가 이번 상황이 수출기업의 시장 다변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체시장 발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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