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카스텔로 공원에 들어선 한국관. 26번째 국가관이자 마지막 영구 전시관이었다. 엄격한 현지 건축 규제와 문화행정의 장벽을 뚫고 완공된 이 공간이 자리하기까진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 건축가들의 치열한 협업과 외교적 교섭이 자리하고 있었다. 30여 년 전 ‘건축 외교’의 기록이 두 나라의 문화적 유대를 증명하는 핵심 사료로 다시금 수면 위에 올랐다.
14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아르코예술기록원이 펴낸 ‘프랑코 만쿠조(Franco Mancuso) 구술채록집’이 지난 11일 주한이탈리아대사관이 연 북토크 ‘이탈리아? 책! - 한국인이 만난 이탈리아’에서 양국 문화 교류의 상징적 결실로 집중 조명됐다.
구술채록 연구를 총괄한 전진영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고(故) 김석철(1943~2016) 건축가와 함께 한국관을 공동 설계한 프랑코 만쿠조(1937~)의 증언을 학술적·역사적 맥락으로 풀어냈다. 만쿠조는 1990년대 초 불가능에 가까웠던 한국관 건립 현장을 증언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건축가다. 아르코예술기록원은 그의 현장 기록과 경험을 집대성해 202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및 운영연구 Ⅱ. 한국관 건립과 리모델링 방안’을 발간한 바 있다.
한국관 건립 구상 당시 본국에 당위성을 설득하며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던 주한이탈리아대사관과의 유대도 재확인됐다. 구술채록집 서문을 직접 집필한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북토크에서 “아르코가 한국관 건립과 운영의 역사를 복원한 작업은 남다른 사료적 무게를 지닌다”며 “양국의 문화 협력 기억을 미래 세대에 전달함으로써 두 나라를 잇는 새로운 가교로 기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관의 시원과 공간적 고투를 시각적으로 복원한 전시도 만날 수 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아르코예술기록원 본원에서 열리는 기획전 ‘원 테이블: 7. 페이퍼 투 스페이스, 한국관(PAPER TO SPACE, Korean Pavilion)’은 만쿠조가 기증한 자료와 기록원 소장 컬렉션을 망라했다. 관람객은 양국의 외교적 물밑 교섭부터 한정된 부지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이어졌던 도면 속 고투를 통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범헌 아르코 위원장은 “만쿠조 구술채록집이 양국 문화 교류의 대표적 성과로 빛을 발하게 돼 뜻깊다”며 “아카이브(Archive) 자산의 보존을 넘어 이를 매개로 한 다각적인 국제 협력 프로젝트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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