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프로그램 제목을 기사 보고 알았어요. 댓글에 부르스타가 뭐냐고? 부르조아 스타냐고? 누가 지은 거예요?”
이영애의 이미지에선 도무지 상상할 수 없던 말들이 쏟아졌다. 지난 사흘 간의 연휴 동안 많은 파일럿 예능이 등장했고, 수많은 스타들이 시청자와 만났지만 화제성은 단연 이영애가 최고였다. 이영애는 이번 연휴 동안의 ‘핫스타’다. ‘신비주의’의 대명사였던 이영애가 SBS 추석 특집 예능 ‘노래 부르는 스타-부르스타’를 통해 데뷔 26년 만에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스타의 집을 찾아간다는 포맷에 음악을 더한 프로그램으로 윤종신 김건모 이수근 위너 강승윤이 진행을 맡았다.
이 프로그램은 한 명의 스타를 조명하기엔 안성맞춤인 포맷이다. 스타의 집을 찾아가는 길에 주인공과 만나 근황 토크를 듣고, 집으로 가는 설레는 길을 소개하고, 프로그램의 주제에 걸맞게 모바일을 통해 평소 좋아하고 즐겨듣는 노래를 함깨 들으며 노래 연습도 한다. 이 과정은 스타의 집에서 촬영한 관찰 카메라 영상들과 어우러지고, MC들과 집에 도착한 후에는 간단한 집 구경을 거쳐 스타의 일상을 돌아보며 식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노래 연습을 한다. 이영애처럼 노출이 없던 스타일수록 유리한 프로그램이다. 이영애 역시 이날 방송에서 “재밌을 것 같아 출연하게 됐다. 애기 아빠는 애기들이 방송에 나오는 걸 좋아한다. 아빠의 마음이다”라며 “예전처럼 ‘이런 건 안 해요’라기 보다는 다양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비주의인 줄로만 알았던 이영애가 여섯 살 난 쌍둥이 엄마로 지내는 모습은 평범한 가정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아이들 한 마디에 분주하게 움직인다. 스파게티 삼매경에 빠진 엄마에게 아들 승권이 “엄마, 스파게티가 좋아, 내가 좋아?”라고 묻자 “스파게티”라고 답 하는 장면은 이영애의 기존 이미지에선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영애를 처음 만난 강승윤이 ‘산소누나’라고 부르는 장면에서부터 이영애와 시청자 사이의 벽은 진작에 허물어졌기에 잔잔하게 ‘반전’을 보여주는 이영애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심지어 이영애는 노래 실력마저 완벽하지 않아 인간미가 넘쳤다. 가녀린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박자는 처지고 음정은 흔들리는 모습이 도리어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영애는 이날 ‘픽 미’부터 ‘만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래를 소화했지만 누가 듣기에도 가수 못지 않은 실력은 아니었다.
예능 초보이기에 프로 예능꾼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이영애는 연신 “장난 아니다”를 혼잣말로 내뱉기도 하고, 첫 예능 출연이자 자신의 집에 찾아온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분주하다가도, 노래 연습을 막 하려는 순간엔 “하늘 좀 보세요”라며 예능의 맥을 끊는 신개념 캐릭터를 보여줘 웃음을 자아냈다.
이영애는 방송 말미 “출연 기사 댓글 반응이 안 좋아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나를 나이 들면서 편안하게 변해가는 사람이라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노래 부르는 스타-부르스타’는 음악과 스타, 스타의 집, 토크를 버무린 포맷으로 안방을 찾았다. 1인 토크쇼 형식은 출연 스타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주며 완벽한 주인공을 만들어준단는 점에서 선호할 만한 포맷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이 프로그램이 앞세운 노래 배우기는 제자리를 잃었다. 제목으로 앞세운 만큼 가장 부각됐어야 할 포맷이 스타와의 토크와 가족 탐방으로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규편성을 위해 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추석 특집으로 출연한 이영애 효과는 충분했다. 26년간 신비주의였던 배우 이영애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화제성을 불러오기에 적합했다.
이영애는 이날 방송에서 “‘봄날은 간다’에서 김윤아 씨가 부른 OST에 얽힌 비하인드가 있다”며 “그 노래 제가 부를 뻔 했다. 그 때 유지태 씨도 OST를 불렀고, 제작사에서 제의가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그 땐 배우가 무슨 노래를 부르나 싶어 안 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것도 추억일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이영애의 아쉬운 마음을 알고 이수근은 “오늘 열심히 해서 ‘사임당’ OST를 하면 어떠냐”고 말하자, 이영애는 “사실 제작사 송병준 대표에게 ‘제가 OST 부를까요’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답장이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대화로 인해 이영애가 출연, 오는 10월 방송을 앞둔 SBS ‘빛의 일기-사임당’은 방송 중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2, 3위까지 오르는 괴력을 보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 이영애 효과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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