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테마 아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점점 더 잘게 쪼개져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편입 종목이 10개 안팎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상위 2개 종목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초집중형’ 구조의 상품이 잇달아 등장했다. 다만, 초집중형 설계는 하락이나 조정기 때 개별 종목 변동성에 따른 손실 역시 클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메모리TOP2플러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미국에이전틱AI TOP2+’, 한화자산운용의 ‘PLUS 코리아 HBM반도체’, ‘PLUS AI반도체 소부장 액티브’ 등 4개의 AI·반도체 테마 ETF가 동시에 상장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 상품의 설계 방식이다. 4개 중 3개 상품이 상위 2종목에 무려 절반을 투자하는 구조다. 미국AI메모리TOP2플러스는 샌디스크와 마이크론을 각각 25%씩, 미국에이전틱AI TOP2+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을 25%씩, PLUS 코리아 HBM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5%씩 편입한다.
나머지 50%를 8개 종목으로 채우고, 전체 포트폴리오가 10종목을 넘지 않도록 한 점도 동일하다. ETF는 상장 요건상 최소 10개 종목을 담아야 하는데, 이 최소 기준만 충족, 사실상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인 셈이다.
미국AI메모리TOP2플러스는 웨스턴 디지털과 씨게이트 등 주요 메모리 기업 8개 종목에 50%를 투자한다. 미국에이전틱AI TOP2+ 역시 에이전틱 AI 관련 기업을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AI 하드웨어·인프라’ 두 분야로 나누어 선정하는데 전체 포트폴리오는 10개로 압축된다.
PLUS 코리아 HBM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50%를 HBM, 메모리 생산 관련 국내 장비·소재·부품·기판 기업으로 구성하며, 마찬가지로 총 10종목 포트폴리오 구조다.
AI라는 큰 흐름 아래 메모리, 에이전틱AI, HBM, 소부장까지 영역을 잘게 나눈 뒤, 각 영역 안에서 다시 상위 종목에 집중하는 압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집중형 ETF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이 발간한 ‘ETF 전략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주식형 ETF 내 편입 종목 수가 1~20개인 ‘집중투자형’ ETF의 순자산총액 비중은 2024년 20%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38%까지 약 2배 증가했다.
ETF의 개별 종목 보유 규모가 커지면서 ETF 편입이 해당 종목의 단기 수급 및 성과를 결정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6월 SK스퀘어가 에프앤가이드 업종 분류상 ‘복합산업’에서 ‘반도체 및 관련장비’로 변경되며 6월12일부터 7월2일까지 총 25개 ETF에 신규 편입됐는데, 이 리밸런싱 과정에서 약 20일 만에 6조1000억원의 ETF 자금이 SK스퀘어에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오히려 5조9000억원을 순매도했으나, 주가는 오히려 24.2% 상승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편입에서 발생한 ETF 매수가 해당 기간 외국인의 매도를 상쇄했다”며 “ETF 편입 및 리밸런싱 수급 유입 과정에서 단기적인 상대성과가 관찰된 사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초집중형 설계가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정 산업 내 유망 종목에 올라타면 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상위 종목에서 개별 악재가 터지면 ETF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은 218.97%로 매우 높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3개월 수익률은 -23.94%를 기록하고 있다. TIGER 반도체TOP10 역시 1년 수익률은 165.25%를 기록했으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4.61%였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개별주식 매매는 단일 종목 악재나 변동성 탓에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수십개 종목에 밋밋하게 물을 탄 일반 ETF로는 주도주 랠리를 온전히 따라잡기 힘들다는 개인들의 수요와 운용사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다만 변동성 국면에서는 하락 폭이 지수형 펀드보다 가파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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