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엔솔 공장서 체포·구금 1년 만에 법적 대응

DHS·ICE·FBI 등 9개 연방기관 대상 행정청구 착수

“이유도 모른 채 7일 구금…정신적 트라우마”

청구 거부 땐 연방법원 소송 가능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당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노동자들은 미 국토안보부(DHS)와 이민세관단속국(ICE), 관세국경보호국(CBP),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등 9개 연방기관을 상대로 ‘행정 청구’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행정 청구는 미국에서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다. 연방불법행위청구법(FTCA)에 따라 피해자가 구체적인 배상액을 제시하고 정부와 합의를 시도한 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조지아주 한인 변호사는 연말까지 300여명의 청구 접수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청구인인 김모씨는 불법 감금과 절차 남용, 고의적인 정신적 고통 등을 이유로 압수된 소지품과 근로 손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김씨는 ICE 시설에 7일간 구금되면서 “모욕적인 생활 조건을 강요받았다”며 당시 단속과 구금으로 “지속적인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CNN과 인터뷰한 노동자들도 체포 당시 충분한 설명이나 통역을 제공받지 못한 채 수갑과 족쇄가 채워졌으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과밀한 감방에 구금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노동자 4명은 유효한 비자를 가지고 일하고 있었으며 체포 당시 자신들이 왜 연행되는지조차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노동자는 “완전히 구금된 후에도 우리는 왜 연행됐는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지 못했다”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그저 당황해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적절한 설명 없이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적어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상황을 설명해줬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이번 법적 대응의 목적에 대해 “미국 정부가 엄청나고 부당한 실수를 인식하고 이를 시인하고 사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당시 단속이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DHS는 CNN에 ICE가 “불법 고용 관행 및 기타 중대한 연방범죄 혐의에 대한 진행 중인 수사의 일환으로 사법적 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CBP 역시 당시 체포된 사람들이 비자나 체류자격 조건을 위반해 불법으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미 이민당국은 지난해 9월 4일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근로자 475명을 구금했다.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당시 중무장한 요원들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수갑과 족쇄를 채워 연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과잉 단속 논란이 일었다.

구금 사태 발생 약 1년 만에 한국인 노동자들이 집단적인 손해배상 절차에 들어가면서 당시 단속의 적법성과 구금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여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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