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포획” “카르텔” 백악관도 경고
“후발주자에 진입장벽 쌓기” 맹비난
오픈AI·앤트로픽·구글 이미 연합체 구성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앤트로픽·오픈AI 등 인공지능(AI) 분야 선도 기업들이 화두를 던진 ‘AI 속도조절론’을 두고 빅테크 입맛에 맞는 규제를 만들어 후발주자의 성장을 가로막으려는 것이라는 스타트업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AI 관련 스타트업 경영진들이 최상위 기업들이 제안하고 동조한 ‘AI 속도조절’과 ‘안전기준’이 중소 후발주자와의 경쟁을 막는 ‘규제 장벽’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설계 효율화 모델을 개발 중인 코그니칩의 파라지 알라이 최고경영자(CEO)는 “규제 장벽은 항상 기존 사업자에 유리하다”라며 “이미 지나온 뒤에 벽을 쌓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AI 컴퓨터 스타트업 언컨벤셔널AI의 나빈 라오 CEO는 가장 큰 위험은 업계 내 노력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앤트로픽이 사실상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단일 문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AI 스타트업 코히어의 에이든 고메즈 CEO는 블로그에 AI 선두 기업들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게 될 수 있다면서 “이 과점 기업들은 이제 경쟁 규칙을 왜곡하고 다른 모든 이를 위한 조건을 자신들이 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는 AI 속도조절론에 대해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이 “AI 기업들이 자진해서 규제받겠다고 하면서, 그 대가로 자신들이 선호하는 규제 체계를 요구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규제 대상인 AI 기업 중 선두기업들이 입맛에 맞는 규제 방식을 고르는 ‘규제 포획’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논제를 던진 빅테크들이 규제 방식을 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선두기업에 유리하고 후발주자에는 불리한 방식의 규제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스타트업들의 우려다.
앞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지난 12일 AI 모델 개발사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해 기준을 설정”하고 파국적 피해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자고 제안하면서 협력에 응하지 않는 기업까지 포괄하는 규제도 함께 요청했다. 아모데이 CEO는 미국 정부가 반독점 심사 없이 안전기준에 공조할 수 있도록 ‘제한적 면제(narrow waiver)’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는 오픈AI와 스페이스XAI도 즉각 지지했다.
이에 대해 앤드루 퍼거슨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15일 한 행사에서 “기업들이 온갖 규제와 반독점 면제를 동시에 요구한다면 경계경보가 울린다”며 AI 기업들이 경쟁자를 막을 “진입장벽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 설계를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서겠다는 AI 선두기업들의 행보를 두고 색스 위원장은 “카르텔처럼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길 루리아 D.A.데이비드슨 기술리서치 총괄은 “실리콘밸리는 과거에도 이런 플레이를 해왔다”면서 “규제의 모호함을 이용해 사업을 키우고, 충분히 커지면 사다리를 걷어찬 뒤 스스로 감당하고 주도할 만큼 커진 규제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산업 발전보다 뒤늦게 형성된 규제가 선두기업의 잠재적 경쟁 상대인 스타트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비판이 거세지는 와중에도 AI 선두기업들의 공조는 점차 조직화하고 있다.
오픈AI의 크리스 리헤인 최고대외협력책임자(CGAO)는 이날 반독점 면제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이미 앤트로픽·구글과 AI 안전 대응을 위한 협력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오픈AI·구글은 별도로 공동 AI 안전기준 기구 설립도 논의 중인 것이라고 전해졌다.
앤트로픽과 오픈AI에 투자해 온 벤처기업인 SV엔젤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제이 카니를 영입해 프론티어 모델 거버넌스 등 AI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프로젝트 블루프린트’를 출범했다. 카니는 우려를 의식한 듯 “특정 기업의 의제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서 “AI 세계의 모든 부분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앤트로픽과 오픈AI는 모두 ‘프로젝트 블루프린트’를 지지하고 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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