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실수사에 여론 악화하자
與 보완수사권 중수청에 되살려
“실책 자인한 땜질식 처방”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오는 10월 2일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중대범죄가 아닌 일부 민생범죄에 대해 경찰 수사를 보완하거나 재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경찰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폐지하려던 보완수사 기능을 중수청을 통해 되살리는 모순된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중수청법 개정안은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 성범죄·스토킹·장애인 학대·노인 학대 등 이른바 ‘7대 사회적 약자 범죄’에 한해 중수청에 보완수사권과 재수사권을 부여했다.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까지 넘게 되면 이들 7가지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중수청에 넘겨 검토받는 일종의 ‘전건송치’ 체계가 만들어진다. 중대범죄만을 수사하도록 마련된 중수청이 일부 일반범죄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를 사후 통제하게 되는 셈이다.
그간 민주당은 검찰청을 없애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라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중수청법은 중수청을 중대범죄 전문 수사기관으로 두고 경찰이 수사 전반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광주 고교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자 사건 등에서 경찰의 사건암장·부실수사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경찰이 수사 대부분을 전담하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여당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로 분류한 범죄에 한해 중수청의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허용하는 대책을 내놨다.
주요 중대범죄를 전담할 수사기관으로 설계된 중수청의 당초 목적과 어긋나는 예외를 덧붙이는 ‘땜질식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는 장윤기 사건이나 제주 실종자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추진되지 않았을 개정”이라며 “문제가 생기자 본래 취지에도 어긋나는 주먹구구식 처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찰 부실수사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보완수사를 일부 복원한다는 것은 보완수사를 통해 수사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민주당도 인정한 셈”이라며 “보완수사 폐지가 실책이었다는 자백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중수청에 보완수사권이 주어지더라도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중수청·공소청 출범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가장 큰 과제를 달성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기소권이 없는 중수청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검찰개혁이 퇴색된다는 지적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했다.
경찰 위에 중수청? 보완수사권 추진에
“검찰 간판만 바뀌어” 경찰 내부서 반발
경찰 내부에서는 중수청이 보완수사 기능을 갖게 되면서 경찰과 중수청의 관계가 기존 검경 관계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중수청이 일반범죄에 대해서까지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할 수 있다면 검찰은 왜 없앴느냐”며 “경찰이 중수청의 하청기관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중수청이 보완수사를 하게 된다면 검찰이 법무부에서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바뀐 것 외에는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도 경찰과 중수청 간 ‘비대칭적 관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겹치는데 중수청이 수사 우선권을 갖도록 두 기관의 관계가 설정돼 있다”고 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경찰수사규칙 등에 따르면 경찰은 중수청 관할 범죄를 인지한 즉시 중수청에 통보해야 한다. 중수청은 경찰이 수사 중인 중대범죄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중수청은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사안이 경미해 경찰이 처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의 경우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경찰에 넘길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수청은 경찰의 사건을 가져갈 수도 경찰에 사건을 넘길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경찰은 그럴 수 없다”며 “중수청은 선택적인 수사가 가능하고 경찰은 사건이 들어오는대로 무조건 다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중수청의 견제도 받는 셈”이라고 했다.
ar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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