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인터뷰
‘헤럴드 기업포럼 2026’서 강연 예정
“1%의 혁신 인정 받는 인프라 구축해야”
“새로운 기준 만드는 능력 필요”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장비 국산화 성공
‘자강불식(自强不息)’ 정신으로 혁신의 길 걸어와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등의 목표와 2등의 목표는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1등을 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것이죠. 혁신 경제의 길과 모방 경제의 길은 180도 다른 것이지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혁신과 모방’의 차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혁신은 모방이나 개선과 달리 계획할 수 없다”며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고, 시대와 환경, 시장의 요구, 기술적 목표가 하나로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산업 역시 이러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생산 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에서 더 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그동안은 다른 사람이 먼저 간 길이 있었고, 그 기준을 따라가면 됐다”며 “하지만 이제 앞에 사람이 없는 분야가 생기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산업계가 앞으로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는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능력’을 제시했다. 과거에는 선진국과 선도 기업이 먼저 만들어놓은 기술과 시장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 한국이 선도권을 확보한 분야에서는 참고할 기존 기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꼽았다.
그는 “2등은 1등을 쫓아가면 되기 때문에 굳이 큰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며 “하지만 1등은 쫓아갈 상대가 없다. 결국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산업 환경 역시 ‘모방’이 아닌 ‘혁신’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혁신의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간’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는 혁신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자본시장의 지지와 자금력, 경제 환경이 부족하다”며 “그 때문에 혁신이 실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사라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1%의 혁신이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보호·육성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국가는 혁신 기업을 제대로 판단하고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자 역시 당장의 매출과 이익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앞으로 어떤 시장과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혁신 제품에 대해서는 시장 진입 자체를 열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혁신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육성의 대상”이라며 “시장을 막아버리면 혁신은 죽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회장은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모방 경제의 방식으로 조금 더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혁신 경제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세대 벤처기업인’ 황 회장은 1993년 ‘대한민국 기술 독립’이라는 꿈을 품고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당시 반도체 제조 장비에 들어가는 나사 하나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국내 현실을 목격한 뒤, 국산 기술에 대한 열망 하나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현재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전공정 장비업체로 성장했다. 반도체 핵심 전공정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데 이어 원자층증착(ALD) 장비 등을 앞세워 한국 반도체 장비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황 회장의 집무실에는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이라고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기존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보여준다.
황 회장은 오는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헤럴드 기업포럼 2026’에서 ‘새로운 기준이 새로운 성장을 만든다 !’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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