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나누리영농조합 470농가 참여

홍성 젊은협업농장 5~6명이 작목 결정부터 수익 배분까지

KREI “고령화·인력 부족 대응...공동경영 제도화해야”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촌의 고령화로 농사지을 사람이 줄면서 농가들이 농기계와 노동력을 나누고 생산·판매까지 함께하는 ‘협업적 농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 상주에서는 32헥타르(ha)에서 시작한 공동영농 조직이 574ha, 470농가 규모로 커졌고, 충남 홍성에서는 청년 농업인들이 작목 선정부터 수익 배분까지 함께하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저출생·초고령화에 대응한 농촌정책의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의 저출생·초고령화로 농업 노동력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농민 간 협업과 생산단위 재조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족 노동력이 줄어 외부 노동력 확보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나 고용서비스뿐 아니라 농민끼리 농작업과 자원을 나누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북 상주의 나누리영농조합법인이 대표적이다. 2016년 들녘경영체 우수단지로 출발할 당시 재배면적은 32ha였지만 지난해에는 574ha로 약 18배 확대됐다. 참여 농가도 470호까지 늘었다. 상주 전역을 지역 이사 6명이 나눠 맡아 위탁 농작업과 품질관리를 수행한다.

개별 농가가 각각 농기계와 기술을 갖추는 대신 법인이 종자를 보급하고 물관리 기술을 공유한다. 보유 농기계로 농작업도 대신한다. 콩과 밀 이모작을 표준화하고 파종·방제는 농가 선택에 따라 지원한다. 수확과 선별은 법인이 맡아 판매까지 담당한다. 2024년 생산량은 1500톤(t), 수매량은 1600t으로 집계됐다.

상주 나누리영농조합법인 공동영농 현황

협업은 농산물 생산을 넘어 가공으로 확대됐다. 2019년에는 가공을 담당하는 담꽃새영농조합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콩 가공품을 생산하고 마을 주민을 고용했다. KREI는 농지와 농기계를 함께 이용하고 콩·밀 이모작과 가공을 결합하면서 농가 소득과 경영 안정성을 높인 사례로 분석했다.

청년 농업인의 정착을 협업으로 풀어낸 곳도 있다. 충남 홍성의 젊은협업농장은 5~6명의 조합원이 작목 결정부터 생산과 노동, 농산물 소유와 수익 배분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는 협동조합이다.

2012년 풀무학교 교사와 졸업생을 중심으로 출발해 시설하우스 1000평과 논 4000평을 공동 경작하고 있다. 법적 조합원은 16명이며 농장을 거쳐 간 사람 등을 포함해 총 43명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기계와 시설·장비, 농업기술도 함께 쓴다. 생산한 쌈채소의 90% 이상은 홍성유기농을 통해 판매한다. 새로 농업에 뛰어든 청년이 농장에서 일하면서 농업기술을 배우고 지역 활동에도 참여한 뒤 독립적인 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KREI는 공동농장과 품앗이 경험이 귀농인의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는 사례로 분석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 괴산 감물면의 흙사랑영농조합법인에는 70개 농가가 참여한다. 2001년 친환경 벼농사를 짓는 농가들의 생산자 공동체로 출발해 2003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현재 후계농 8개 농가와 귀농 30개 농가 등이 공동농장 운영과 농가 간 학습·협업에 참여하고 있다.

전남 곡성 항꾸네협동조합은 조합원 53명과 준조합원 26명을 중심으로 논 1300평과 밭 1000평을 공동 경작한다. 농자재와 농기계를 함께 쓰고 품앗이와 공동경작지를 운영한다. 귀농 청년을 위한 주거·생활공간과 마을카페, 작은도서관도 함께 운영한다.

해외에서는 농기계 공동 이용이 보다 폭넓게 자리 잡았다. 프랑스의 농기계 이용 협동조합 CUMA는 전국에 약 1만1500개가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 농업인의 약 40%가 가입해 있으며 조합 한 곳당 평균 20명의 농업인이 농기계를 공동으로 소유·이용한다. 이 가운데 1560개 조합은 운전자와 기계기술자 등 약 4600명을 고용하고 있다.

KREI는 국내에서도 공동작업과 농기계 공유, 공동경영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지속해서 지원하는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농지 규모화나 집적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소규모 농가 간 공동작업과 장비 공유, 공동생산·경영 등 다양한 협업 방식을 정책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 농업인이 기존 지역농업의 협업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김정섭 KREI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생·초고령화 시대의 농촌정책은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데 머물기보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주민들이 필요한 돌봄과 생활서비스를 누리고 농업과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읍·면 단위 주민조직을 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등 농촌 현장에 맞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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