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블라인드펀드 11월 파이널 클로징

목표 조성금액 8000억으로 4배 껑충

주택관리·승강기 유지보수 시장 ‘롤업’ 전략에 주목

지난 2025년 9월 이상규 자이S&D 홈서비스 사업본부장(왼쪽)과 서일섭 제네시스PE 홈솔루션 부문 경영총괄 의장이 인수계약 거래종결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네시스PE는 자이S&D 홈서비스 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해 인수한 뒤 제일에스테이트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제공 제네시스PE]
지난 2025년 9월 이상규 자이S&D 홈서비스 사업본부장(왼쪽)과 서일섭 제네시스PE 홈솔루션 부문 경영총괄 의장이 인수계약 거래종결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네시스PE는 자이S&D 홈서비스 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해 인수한 뒤 제일에스테이트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제공 제네시스PE]

누군가는 사고, 누군가는 팔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음 투자를 위한 실탄을 채웁니다. 같은 인수·합병(M&A) 시장을 뛰더라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전략과 성과는 제각각입니다. [하우스리뷰]는 주요 운용사들이 올해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결실을 거뒀는지, 그리고 이제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제네시스프라이빗에쿼티(PE)는 올해 설립 10년을 맞았다. 그간 자본시장의 부침은 컸지만 운용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던 일을 묵묵히 또 했다. 폐기물 플랫폼에서 입증한 ‘성공 방정식’을 주택관리, 승강기 유지·보수 시장에 적용하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작업을 이어갔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인수해 또 다른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운용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달라졌다. 제네시스PE의 2호 블라인드펀드 조성 작업에 출자자(LP)들이 뜨겁게 호응했다. 2024년 2000억원으로 결성한 제네시스PE의 블라인드펀드는 3년 만에 4배 규모로 커졌다. 에너지·환경·인프라 PEF로서 확고한 ‘기준’에 따라 투자하는 모습에 시장은 신뢰로 답했다.

폐기물 이어 주택관리도 ‘플랫폼’으로

제네시스PE는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동종 업체를 잇달아 인수 통합하는 롤업(Roll-up) 전략을 펼칠 산업군으로 ‘주택관리’ 시장을 낙점했다. 운용사는 앞서 자이S&D 홈서비스 사업본부(현 제일에스테이트서비스)와 AJ대원(현 대원에스테이트서비스)를 인수했다. 올해는 푸른종합주택관리와 광인토탈관리를 추가로 품었다.

롤업 전략은 규모의 경제 달성과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 소규모 기업을 다수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말한다. 핵심은 ‘완벽한 통합’에 있다. 단순히 유사·연관 기업을 사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들이 독립된 상태에서 발생하던 비용과 비효율을 없애고, 시스템 공유를 통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롤업의 정의는 단순하지만 실제 적용은 간단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제네시스PE는 롤업 전략을 펼칠 산업을 ‘선별’하는데 공을 들인다. ▷파편화된 시장 ▷꾸준한 현금흐름 ▷성장 전망이라는 3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투자를 개시한다. 제네시스PE는 2020년 KJ환경을 시작으로 수도권 폐기물·재활용 기업 10여곳을 인수해 국내 최대 규모 폐기물 밸류체인을 완성했고 지난 2024년 EQT파트너스에 약1조원에 매각했다.

제일에스테이트서비스 사업영역 설명. [제일에스테이트서비스 홈페이지]
제일에스테이트서비스 사업영역 설명. [제일에스테이트서비스 홈페이지]

제네시스PE가 기회를 포착한 산업 중 하나가 바로 ‘주택관리’다. 일단 아파트가 생기면 관리 수요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관리비를 걷고 시설을 점검하는 것부터 경비·미화·주차, 각종 시설 유지·보수에 보안까지 수많은 업무가 수반된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조성 수요도 높다. 요구되는 서비스의 종류와 수준에 비해 개별 업체는 영세하다.

일단 투자를 개시했다면 다음은 ‘속도전’이다. 제네시스PE는 1년 만에 4개 주택관리 업체를 M&A한데 이어 새로운 기능을 덧붙이기로 했다. 지난 8월 SK쉴더스 산하 물리보안 및 시설관리 업체 ‘캡스텍’ 지분 100%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기존에는 같은 주택관리업체를 사들이는 ‘수평적’ 확장에 집중했다면 캡스텍 인수는 경비·보안 등 주택관리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로 더하는 ‘수직적’ 확장이다.

주택관리업체들이 제3자에게 맡기던 물리보안 기능을 내재화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다. 개별 기업이 가진 기능을 연결해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제네시스PE식 롤업의 핵심이다.

코인베펀드 조성…자이엘리베이터 ‘롤업’ 앞두고 실탄 장전

자이엘리베이터가 지난해 7월 설립한 자체 연구소. 기술 고도화와 품질 안정성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자이엘리베이터 제공]
자이엘리베이터가 지난해 7월 설립한 자체 연구소. 기술 고도화와 품질 안정성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자이엘리베이터 제공]

2024년 인수한 자이엘리베이터에서도 같은 작업이 한창이다. 제네시스PE는 승강기 제조·설치보다 이후 발생하는 ‘유지·보수’ 시장에 주목한다. 기존 대형 승강기 제조사는 자사 제품을 설치한 뒤 유지·보수 계약까지 이어가며 오랜 기간 관리 물량을 쌓았다.

신규 설치를 통해 격차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대신 제네시스PE는 영세한 유지·보수 업체를 연달아 인수해 관리 물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4년 3000대였던 관리 물량은 올해 약1만5000대로 2년 만에 5배로 늘었다. 제네시스PE의 실행력이 돋보이는 수치다. 오는 2027년까지 5만대 이상을 확보해 국내 승강기 유지·보수 시장에서 점유율 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자이엘리베이터를 대형 승강기 유지·관리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추가 실탄도 마련한다. 제네시스PE는 약1000억원 규모의 코인베스트먼트(Co-investment) 펀드를 조성해 추가 M&A에 투입할 계획이다. 코인베스트먼트펀드는 운용사가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투자한 특정 포트폴리오 기업에 기관투자자(LP)들이 별도의 자금을 함께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를 말한다. 기존에는 1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 6월 인수한 SGC에너지의 QT사업부(현 쿼츠테크놀로지)도 새로운 롤업 후보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과정에 쓰이는 석영 도가니(고순도 석영 용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석영 도가니 생산기업 대부분이 일본에 있다보니 국내 기업들도 일본 업체 의존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제네시스PE는 국내 석영 도가니 수요 흡수를 노리고 있다. 외부 고객 확보와 생산·품질관리 체계 고도화를 통해 기반을 닦고 장기적으로는 관련 소재·부품·장비업체를 추가 인수해 붙이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폐기물과 주택관리, 승강기 유지·보수에 이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서도 또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년 만에 펀드 약정액 4배 훌쩍…다음 블루오션은 어디

제네시스PE의 일관성 있는 행보에 시장이 응답했다.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을 꿰뚫어보는 정교한 전략에 출자자들이 줄섰다. 제네시스PE는 오는 11월 2호 블라인드펀드의 파이널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당초 6000억원을 목표로 펀드 레이징을 시작했지만 현재 약정액은 8000억원에 육박한다.

2024년 제네시스PE가 처음으로 조성한 ‘제네시스그린1호’ 펀드가 2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2년 만에 규모가 4배로 커진 셈이다. 2호 블라인드펀드의 이름은 ‘제네시스블루2호’다. 그린이 친환경 산업 투자를 상징했다면 블루는 더 넓은 산업에서 더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펀드 규모의 증액은 제네시스PE의 가능성이 확장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제네시스PE가 투자할 수 있는 산업의 규모와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의 크기도 그만큼 커진다. 지난 10년간 다듬어온 투자 문법에 LP들이 더 큰 실탄으로 힘을 실어준 이유다. 제네시스PE가 다음 10년 동안 어떤 ‘블루오션’을 향해 나아갈지 기대된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