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회수·운용 ‘삼박자’ 빛났다

‘50년 흑자’ 이화다이아 바이아웃 성과

장내 매도·풋옵션 등 입체적 회수 전략

포트폴리오 기업 장기 가치 제고에 총력

[AI를 활용해 제작]
[AI를 활용해 제작]

누군가는 사고, 누군가는 팔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음 투자를 위한 실탄을 채웁니다. 같은 인수·합병(M&A) 시장을 뛰더라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전략과 성과는 제각각입니다. [하우스리뷰]는 주요 운용사들이 올해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결실을 거뒀는지, 그리고 이제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딜 가뭄’이 이어진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선택은 ‘정공법’이었다. 무리한 확장 대신 우량 자산을 정밀 타깃팅해 투자하고 유연한 회수 장치로 실탄을 챙기는 한편, 보유 포트폴리오의 체질을 바꾸는 운용 능력을 발휘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영역에서 독보적인 바이아웃 성과를 냈고, 회수 시장에서는 장내 매도부터 풋옵션 집행까지 수단을 다각화하며 결실을 봤다. 여기에 장기 보유 체제 전환과 인적 쇄신 등으로 포트폴리오 내실도 챙겼다. 바이아웃 하우스의 본질인 ‘투자·회수·운용’ 삼박자를 정석대로 맞춰내며, 국내 1세대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평가다.

알짜 승계 매물을 알아보는 눈

국내 1위 다이아몬드 공구 제조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이화다이아몬드공업 홈페이지]
국내 1위 다이아몬드 공구 제조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이화다이아몬드공업 홈페이지]

올해 IMM PE의 투자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반도체 소부장 분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대표적인 성과는 국내 1위 다이아몬드 공구 제조사인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인수다. IMM PE는 지난 5월 창업주 측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약 65%를 4000억원에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어 7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을 거쳐 8월 잔금 납입까지 잡음 없이 마무리 지으며, 속도감과 안정감을 아우르는 집행력을 보였다.

이번 인수는 위축된 M&A 시장에서 가업 승계 이슈가 발생한 알짜 매물을 선제적으로 발굴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화다이아몬드공업은 건설·자동차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까지 제조업 전반에 필수 공구를 공급하며 국내 1위, 글로벌 3위 입지를 다진 강소기업이다. 특히 설립 이후 50년간 단 한 차례의 적자도 내지 않았을 만큼 독보적인 재무 안정성을 자랑한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최근 5개년 연평균 영업이익(218억원)을 훌쩍 웃도는 302억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수익성을 입증했다.

IMM PE는 앞으로 경영 효율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신규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해 이화다이아몬드공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회사가 보유한 정밀가공 기술과 북미 판매망을 연계해, 글로벌 시장 내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소부장 영역으로의 스펙트럼 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IMM PE는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인수 양해각서(MOU)를 맺고 실사 절차를 밟고 있다. 전통적인 바이아웃 영역을 넘어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우량 자산을 합리적인 가격에 확보해 나가는 모습이다.

시장 여건에 기대지 않은 ‘맞춤형’ 엑시트

웹툰·웹소설 플랫폼 ‘키다리스튜디오’ [키다리스튜디오 홈페이지]
웹툰·웹소설 플랫폼 ‘키다리스튜디오’ [키다리스튜디오 홈페이지]

투자 못지않게 회수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회수 시점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결합을 통한 지분 교환과 옵션 활용 등 유연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정식을 도출해냈다.

이달 초 IMM PE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키다리스튜디오’ 잔여 지분 4.07%를 장내 전량 매각하며 10년에 걸친 장기 투자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회수의 뿌리는 2016년 레진엔터테인먼트에 집행한 500억원 규모(지분 20%)의 투자다. 초기 구상이었던 ‘3년 내 기업공개(IPO)’가 회사 실적 둔화로 무산되는 시련을 겪었으나, 2020년 키다리스튜디오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기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확보한 지분을 다우데이타에 286억원에 넘기는 한편, 콜옵션으로 쥐고 있던 7.3%의 지분을 2024년부터 세 차례 분할 매각하며 완주를 이뤄냈다.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은 투자 건을 10년에 걸쳐 구조를 바꿔가며 끝내 자금을 회수해냈다는 점에서 이번 엑시트는 지분 매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IPO가 좌절되자 피인수 기업으로 갈아타는 구조 전환을 받아들였고, 콜옵션이라는 계약상 장치로 추가 지분을 확보해뒀다가 시장 상황에 맞춰 나눠 팔았다. 시장 여건에 기대기보다 손에 쥔 수단을 총동원해 손실 없이 엑시트한 셈이다.

국내 클라우드·인공지능(AI) 전문기업 ‘메가존클라우드’ 투자 건에서는 투자계약상 명시된 풋옵션을 적극 활용했다. 메가존클라우드가 올해 글랜우드크레딧으로부터 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그 재원으로 MBK파트너스와 IMM PE 몫의 지분 일부를 되사가는 구조였다. 두 운용사가 2022년 이 회사에 약 4500억원을 투입한 지 약 4년 만이다.

이 역시 시장 분위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계약상 안전장치를 활용해 능동적으로 엑시트 시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나아가 잔여 지분을 남겨두어, 향후 추진될 IPO에 따른 추가 가치 실현 기회까지 챙긴 정교한 회수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기존 포트폴리오 내실 다지기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 ‘에어퍼스트’ [에어퍼스트 홈페이지]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 ‘에어퍼스트’ [에어퍼스트 홈페이지]

새로 사고 파는 사이, 이미 품고 있던 회사들의 체질 개선 작업도 진행됐다. 매각 추진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쪽으로 방향을 든 것이다. IMM PE는 에어퍼스트의 장기 가치 창출과 하나투어의 구조적 쇄신을 통해 포트폴리오 전반의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우선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 ‘에어퍼스트’에 대해서는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1월 클로징을 목표로 자금 조달에 나선 상황이다. 연기금과 공제회, 은행, 증권사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이 각각 1000억원 이상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가 에어퍼스트의 장기 보유를 선택한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호조와 견조한 실적 성장세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고객사로 둔 에어퍼스트는 연간 수천억원대의 매출과 우수한 영업이익을 올리며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펀드 만기에 쫓겨 성급히 이익을 실현하기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자산을 계속 보유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더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매각 절차를 잠정 중단한 ‘하나투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경영 체제 개편을 통한 ‘몸값 키우기’에 나섰다. 하나투어는 전통적인 여행업계 출신 대신 금융 및 플랫폼 전문가인 조좌진 전 롯데카드 대표를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단기 실적 관리나 단순 여행 상품 판매를 넘어 외부 전문 경영인을 이식해 사업 모델 전반을 재설계하고 기업 체질을 원점에서부터 고도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하나투어는 기존 대표이사제를 폐지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이사회의 감독 기능과 집행임원의 경영 책임 및 전문성을 강화하는 지배구조 손질에 나섰다. 조 CEO 체제 아래 하나투어는 프리미엄 테마 여행 시장 확대, 외국인 국내 여행(인바운드) 사업 육성, AI 기반 디지털 혁신을 핵심 축으로 삼고 중장기 성장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