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백악관서 3시간여 회동
中 “한반도 문제 등 지역현안 의견 교환”
11월 APEC 계기 북미 접촉 가능성 거론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온 만큼, 이번 회담이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뒤 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 문제 등 주요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는 성명 끝부분에 짧게 언급됐고 문구도 지난 5월 베이징 회담 뒤 성명과 같았다.
회담은 오벌오피스에서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으로 나눠 비공개로 진행됐다. 시 주석은 오전 10시7분께 백악관에 도착했고, 환영식과 산책 등을 포함해 3시간 22분가량 머문 뒤 떠났다. 시 주석의 백악관 방문은 2015년 이후 11년 만이며 트럼프 2기 들어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0월 부산, 올해 5월 베이징에 이어 세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취재진에게 “매우 좋은 회담을 했다”고 말했다. 대만과 인공지능(AI) 관련 질문에는 두 정상 모두 답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아직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날 저녁 열린 국빈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며 계속 협력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은 양국 이해관계가 “깊이 얽혀 있다”며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화답했다.
정부와 외교가는 북미대화에 대한 언급이 나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8일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전화로든 직접 만나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은 상당히 북한 쪽에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달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며 “대화의 징후는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북미 접촉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이 지난 6월 8~9일 7년 만에 평양을 찾는 등 북중 관계를 챙겨온 만큼, 중국이 김 위원장을 초청하거나 회담 장소를 내준다면 성사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회담 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 미중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적었지만 중국 측 발표 자료에는 비핵화가 들어가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6월 6일 김여정 노동당 부장 담화를 내고, 같은 취지인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북한은 미중 회담을 나흘 앞둔 지난 20일에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이 가운데 1발은 600㎞ 이상 날아갔다.
우리 정부도 대화 재개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이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 중단→축소→핵 없는 한반도’로 가는 단계적 접근과 남북미중 대화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간 회담했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 대통령이 북미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기여해 달라고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중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정상회담이 북미대화의 계기가 될 수는 있다”며 “북한이 지금은 큰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대화할 거리가 생기면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번처럼 ‘대화를 위한 대화’로 성과 없이 끝나는 것은 북한도 피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위원은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중국이 역할을 해준다고 해도 그 역할이 얼마나 클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며 “중국은 늘 평화를 말하지만, 결국 자국 인근에서 충돌이 벌어지는 것을 관리하려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 목적 정도로만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우리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사항이 합의되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imsclub@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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