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 여자대표팀 선수들.[사진=대회조직위]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 여자대표팀 선수들.[사진=대회조직위]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김주형의 개인전 금메달로 관심을 모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골프 경기에서 주목할 일이 벌어졌다.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남녀 단체전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단체전은 매 라운드 출전 선수 3명 중 상위 2명의 성적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 방식은 특정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의 활약보다 출전 선수 전원의 고른 기량, 즉 ‘선수층의 뎁스(Depth)’가 승패를 결정짓는다.

191cm 장신 딩웬이가 이끈 중국 남자 대표팀은 최종 합계 28언더파를 합작하며 단체전 2연패를 노린 한국을 2타 차로 따돌렸다. LPGA 투어에서 활동중인 인뤄닝과 류엔을 앞세운 여자 대표팀은 최종 합계 22언더파 534타를 기록해 2위인 인도(14언더파)를 8타 차로 여유 있게 제쳤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 ESPN,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중국의 남녀 단체전 석권을 “단기적 이변이 아닌, 10여 년간 누적된 주니어 육성 시스템 혁신의 필연적 귀결”로 평가했다.

과거 중국 골프는 펑산산이나 리하오통 등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 개인의 천부적 재능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골프협회(CGA)는 미국 주니어 골프협회(AJGA) 시스템을 전면 벤치마킹하고 IMG 등 해외 전문 아카데미 및 미국 대학 스포츠협회(NCAA) 디비전 1으로 이어지는 직행 통로를 구축했다.

중국골프협회(CGA)는 2007년부터 글로벌 금융사인 HSBC, 스포츠 마케팅 기업 IMG와 손잡고 주니어 육성 플랫폼인 ‘CGA-HSBC 차이나 주니어 골프 프로그램’을 20년 가까이 일관되게 운영해 오고 있다.

만 6세부터 17세까지 나이대별(A~E그룹)로 엄격히 구분해 전국 단위 투어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전국 챔피언십, 오픈 대회, 지역 캠프의 결과를 포인트로 환산하는 단일 공인 랭킹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국가 주니어 대표팀 및 성(省) 대표팀 선발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진다. 아울러 대회 참가비 면제 또는 최소화, 이동 경비 보조 등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춰 재정적 부담으로 인한 유망주의 이탈을 막고 있다.

중국은 올림픽뿐 아니라 4년마다 열리는 중국내 최대 스포츠 축제인 ‘전국운동회’에 골프를 정식 종목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지자체 체육 예산이 골프로 대거 유입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선발된 유망주에게는 전담 외국인 코치 레슨, 피트니스 및 멘탈 케어, 골프장 라운드 비용, 전지훈련 및 장비 일체를 체육국 예산으로 전액 또는 대부분 지원한다. 집안의 경제력 차이로 유망주가 골프를 포기하는 구조적 한계를 공적 자금으로 상쇄한 것이다.

중국은 또한 유망주를 자국 내 리그에 가두지 않고 10대 초반부터 미국 주니어 무대로 곧바로 연결하는 ‘해외 직행 고속도로’를 구축했다.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공인 대회 및 세계아마추어골프랭킹(WAGR) 포인트 대회를 중국 본토에 직접 유치했다.

중국 유망주들은 자국에서 딴 랭킹 포인트를 바탕으로 애리조나주립대(ASU), 워싱턴대, 오리건대 등 미국 대학 명문 골프팀에 전액 장학생으로 대거 진학하고 있다. 딩웬이 등 이번 아시안게임의 남자 대표팀 주축들이 이 루트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코스 매니지먼트와 링크스 플레이를 조기에 습득할 수 있었다

외신들은 중국의 골프굴기가 만든 ‘경험의 질’에 주목했다. 딩웬이나 인뤄닝처럼 10대 초반부터 미국 주니어 무대와 국제 대회를 거치며 성장한 선수들은 위기관리와 코스 매니지먼트에서 이미 성인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골프는 이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차세대 자원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자생적 생태계를 완성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사상 첫 남녀 단체전 동반 우승은 아시아 골프의 패권이 한국과 일본의 양강 구도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개최국 일본은 홈코스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남자 개인전 은메달(히가 가즈키)과 단체전 동메달에 그쳤다.인도가 여자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가져간 점 역시 아시아 전역의 전력 평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지도자들과 헌신적인 학부모를 바탕으로 엘리트 골퍼를 배출해 왔으나 고비용 구조를 공적 시스템이 흡수하지 못하면서 선수 풀 자체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가 체제의 비용 지원’과 ‘미국 대학 및 투어로 통하는 개방형 루트’를 결합해 마르지 않는 선수 공급망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