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관리 정책의 역설

조일수록 다중채무·고금리 빠져

자영업자는 ‘불황형 대출’ 악순환

“총량관리와 함께 취약차주 안전망 필요”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상혁·박혜림 기자] #. 서울 성북구에 집을 마련한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여름 갑자기 한 달 안에 7000만원을 메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미 집 매입과 리모델링에 여윳돈을 대부분 쓴 뒤라, 추가 대출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벽에 막혔다. 시중은행에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돈은 150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7000만원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캐피탈과 카드론까지 알아본 끝에 김씨 부부는 인터넷은행 두 곳에서 돈을 나눠 빌려 간신히 자금을 메웠다. 새 대출 금리는 연 7.5%에 달했고 주택 관련 대출 상환 부담도 월 300만원을 넘어섰다.

김씨는 “원래라면 1금융권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대출인데 총량규제로 한도가 막히면서 사실상 기존 시중 은행 밖으로 밀려났다”며 “결국 여러 곳에서 돈을 나눠 빌리다 보니 하루아침에 다중채무자가 됐고 금리 부담도 훨씬 커졌다”고 토로했다.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려는 규제가 오히려 일부 차주를 더 높은 금리와 다중채무로 내모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별 대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원래 은행권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차주까지 여러 금융회사로 대출을 쪼개거나 비은행권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다. 거시적으로는 부채 리스크를 낮추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금융비용을 키우고 취약차주를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들이 모여있는 ATM기기의 모습. 윤창빈 기자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들이 모여있는 ATM기기의 모습. 윤창빈 기자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 1.7%보다 더 강도 높은 목표다.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불어날 경우 금리 상승이나 경기 둔화 때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금융회사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증가 속도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금융회사별로 대출 총량을 묶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조달하지 못한 차주가 더 높은 금리의 비은행권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전 고위관계자는 “각 금융회사가 총량 목표를 맞추려면 대출 한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차주들도 주거래은행에서 필요한 돈을 다 받지 못하면 다른 은행을 찾고, 거기서도 안 되면 카드사나 비은행권으로 이동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다중채무자 증가에도 이런 총량관리의 영향이 일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시건전성을 지키는 과정에서 그 비용이 개별 차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총량규제로 GDP 대비 가계부채 등 거시건전성은 관리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이 짊어지는 리스크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며 “시스템은 감내할 수 있더라도 그 사이 국민 개개인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액자산가와 달리 청년층이나 다중채무자에 대해서는 안전망이 가동돼야 한다”며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 같은 장치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총량규제가 장기화하면 차주의 대출·상환 행태까지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량규제를 오래 가져가면 우회하는 방법이 많아지고, 기존 차주도 나중에 다시 대출받지 못할 것을 걱정해 상환하지 않으려는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총량을 직접 제한하는 방식 대신 주택대출의 위험가중치(RW)를 높여 은행의 자본 부담을 늘리는 등 가격·자본 규제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연합]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연합]

다만 최근 다중채무 증가를 총량규제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경기 악화로 매출이 줄고 운영·생활자금이 부족해지면 시중은행 사업자대출이나 정책자금에서 시작해 저축은행·상호금융·캐피탈,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대부업 등으로 차입처가 점차 내려가는 ‘불황형 다중채무’에 빠질 수 있다. 아래 금융권으로 갈수록 대체로 금리는 높아지고 한도는 줄어드는 데다, 연체가 발생하면 신용점수 하락으로 추가 대출 여건이 악화돼 다시 더 높은 금리의 자금을 찾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추가 생활자금 수요가 늘면서 다중채무도 증가한다”며 “최근에는 이런 불황형 수요와 총량관리 효과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거래에 따른 자금 수요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총량관리 과정에서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보완에 나섰다. 지난 8·13 대책에서는 기존 가계대출 수요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주택공급 촉진과 청년 등 실수요자의 자금 애로를 줄이기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보완책과 별개로 금리 상승은 다중채무자와 비은행권 이용 차주의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을 이용하거나 여러 건의 빚을 보유한 차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에도 3.00%로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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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은행연합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 19개 예금은행의 18세 이하 미성년자 예·적금 잔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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