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호 국산 신약 식약처 허가…2~10㎎ 5개 함량 연내 발매 착수

권리 반환 아픔 딛고 비만약 재탄생…독자 ‘랩스커버리’ 탑재 완만한 PK 구현

외산 주도 공급난 속 국산 대체재 확보…H.O.P 프로젝트 상용화 첫발

국산 첫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 [한미약품 제공]
국산 첫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 [한미약품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을 뒤흔든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에 마침내 첫 번째 국산 토종 신약이 등장했다.

글로벌 빅파마가 과점해 온 품귀 현상과 높은 가격 문턱 속에서 독자적인 연구개발 역량으로 완성한 치료제가 정식 규제 문턱을 통과함에 따라, 국내 비만 치료 시장의 판도 재편은 물론이고 바이오의약품 주권 확보를 향한 중대한 분기점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서 개발된 제45호 신약인 한미약품의 ‘에페오토인젝터주(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 2·4·6·8·10밀리그램 등 총 5개 함량에 대한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승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약은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초기 체질량지수 BMI 30㎏/㎡ 이상) 및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혈관 질환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을 최소 하나 이상 앓고 있는 과체중 환자(BMI 27~30㎏/㎡ 미만)의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해 식이·운동요법의 보조제로 투여되는 피하주사 제형이다. 중추신경계와 위장관의 GLP-1 수용체에 결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제정한 신약 품목허가 및 심사 지침에 따라 바이오, 임상, 품질 등 분야별 심사 전문인력 19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집중 심사를 진행했다. 특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62호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개발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비만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3상 임상 40주차 중간 톱라인 결과에서 최대 30%의 체중 감소 효과와 9.75%의 평균 체중감소율을 입증하며 GIFT 지정 20일 만에 품목허가 신청을 마친 바 있다.

이번 국산 45호 신약 허가는 글로벌 제약사의 권리 반환이라는 파고를 딛고 일군 승리라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끈다.

2015년 대형 기술수출의 주역이었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당초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다 2020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경영 전략 재편에 따라 권리가 반환되는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이를 포기하지 않고 비만 치료제로 신속하게 방향을 틀었다.

권리 반환 직후인 2021년 미국당뇨병학회(ADA)와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된 글로벌 3상 데이터에서 확인된 강력한 대사질환 치료 잠재력이 근거가 됐다. 한미약품은 서구 기준과 다른 한국인 비만 체형(BMI 25㎏/㎡ 이상)에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제로 약물을 재정의하고, 2023년 7월 식약처에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며 독자 개발을 본격화했다.

한미약품은 자체 비만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의 깃발을 세우고, 임주현 부회장 등 경영진의 결단과 연구진의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간 끝에 국산 최초의 GLP-1 비만 신약이라는 반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약물학적 완성도 역시 글로벌 경쟁 약물들과 차별화된다.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랩스커버리’가 적용되어 완만한 혈중 농도 프로파일(flat PK profile)을 구현했으며, 2+4주 간격의 단계적 용량 증량 체계를 도입해 기존 GLP-1 제제의 고질적 한계인 구역·구토 등 위장관계 이상사례를 크게 완화했다.

실제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중간 결과에서 평균 체중감소율 9.75%(최대 30%)를 기록했으며, 환자의 79.42%가 5% 이상, 49.46%가 10% 이상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사노피 시절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3상 심혈관계 안전성 임상(CVOT)을 통해 확인된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 감소와 신장 보호 효능도 강력한 임상적 무기다. 5개 함량의 자가 투여 오토인젝터 디바이스로 환자 순응도 역시 극대화했다.

산업적 의미도 남다르다. 약 2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국내 GLP-1 치료제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의 수입 의약품이 독점해 와 만성적인 공급 불안과 비급여 고가 논란이 지속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전량 자체 생산되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췄으며,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춘 합리적인 가격 정책으로 수입 대체 효과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구축 중인 차세대 비만 파이프라인의 핵심 교두보 역할을 맡는다. 한미약품은 제품 가치를 극대화하는 생애주기관리(LCM) 전략을 통해 2028년 허가를 목표로 SGLT-2 저해제 및 메트포르민 병용 당뇨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프리필드시린지(PFS) 및 멀티펜 제형 개발, 디지털 치료기기와 결합한 국내 1호 디지털융합의약품(DTx), 맞춤형 건기식 패키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비만대사 수술 수준인 25% 이상 감량 효과를 노리는 차세대 삼중작용제(HM15275), 체중 감량과 근육량 증가를 동시에 실현하는 신개념 비만 신약(HM17321) 등 H.O.P 후속 라인업을 잇달아 가동하고 있다.

이번 품목허가는 해외 빅파마의 권리 반환이라는 위기를 뚝심 있는 독자 임상 역량으로 극복해 외산 독점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국산 대체재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근손실 억제 및 대사질환 융합 신약으로 이어질 차세대 ‘K-비만’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상용화 물꼬를 튼 전략적 이정표로 풀이된다.

김나영 한미약품 혁신성장부문장 부사장은 “이번 에페 품목허가는 그동안 해외 수입 의약품에 의존해야 했던 치료 환경에서 한국인 특성에 맞춘 임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국내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철저한 품질 관리와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바탕으로 환자들의 건강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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