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속도보다 중요한 건 주민의 삶”
재개발·재건축 지연 원인 진단…분담금·이주 불안 해소 강조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 사각지대 개선…청년·서민 주거안정 집중
상도생활SOC 장기 표류 해법 모색…공공자산 가치·주민 편익 함께 고려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를 둘러싼 논의는 대부분 몇 가구를 더 짓고, 사업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에 집중된다. 그러나 정비사업을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더 절실한 문제는 따로 있다. 추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이주 기간 어디에서 생활해야 하는지, 낡은 집을 벗어날 날이 언제쯤 올 것인지다.
노성철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3)은 주택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봤다. 공급 목표를 높이는 것만큼 사업 추진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개발에서 소외된 주거지역까지 정책의 손길이 닿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의원은 지난 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에게 중요한 것은 발표된 공급 물량만이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비용으로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그는 대규모 아파트 정비사업과 노후 저층주거지 개선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이 어려운 곳까지 동일한 처방을 적용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동작구의원 출신인 노 의원의 관심은 주택정책에만 머물지 않는다. 장기간 진척을 보지 못한 상도생활SOC와 남성사계시장 주차난, 문화·체육시설 확충 등 지역 현안을 서울시의 제도와 예산을 통해 해결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사업의 착수보다 완성이다. 행정기관의 계획과 예산이 실제 시설 조성과 주민 이용으로 이어지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분담금·이주 불안 해소해야 정비사업도 빨라진다
노 의원은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을 단순히 복잡한 인허가 절차에서만 찾지 않았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갈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전체 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공사비 상승에 따른 추가 분담금, 이주 시기와 임시 거처, 세입자와 영세 상인의 생계 문제는 사업 초기부터 충분히 설명하고 대비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행정절차를 단축하더라도 주민들이 사업의 향후 일정과 비용을 예측할 수 없다면 실질적인 속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사업 단계별로 필요한 보완 사항을 명확히 안내하고, 주민들이 여러 부서를 찾아다니며 동일한 민원을 반복하는 행정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민 동의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자투표와 온라인총회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현장 설명과 대면 상담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비사업의 또 다른 과제로는 소규모재개발 제도의 실효성을 제시했다.
현행 제도에 따른 사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비 필요성이 높은 지역이 검토 단계부터 제외되는 일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 여건과 구역 형태, 면적 기준 등 개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도1동 노후 주거지가 대표적인 검토 대상이다. 노 의원은 해당 지역의 정비를 어렵게 만드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서울시가 조정할 수 있는 사항과 중앙정부의 법령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해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추진 가능성을 주민들이 초기에 판단할 수 있도록 개략적인 사업비와 예상 분담금, 기반시설 확보 여건을 제공하는 방안도 강조했다. 이는 정비사업의 무조건적인 확대보다 실제 추진 가능성을 높이고 주민 간 갈등을 예방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상도생활SOC 장기 표류…계약·행정절차부터 바로잡아야
지역 현안 가운데 노 의원이 특히 주목하는 사업은 상도생활SOC다.
주민들이 기다려온 수영장과 생활편의시설 조성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사업 추진 방식과 공공부지 활용 조건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 의원은 지난 9월 공모 선정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그동안의 추진 경과와 사업협약 내용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구의회 사전 동의 문제, 기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의 사업협약 정리 여부, 새로운 민간사업 추진 과정의 절차적 적정성 등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제기됐다.
특히 구청 신청사 인근 공공부지를 50년 이상 민간에 제공하는 조건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간 약 2억7000만원의 사용료와 약 7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가 해당 부지의 가치와 장기적인 주민 편익에 비춰 적정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시설을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공공자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공식적인 공모를 믿고 참여한 사업자에게 행정이 정리했어야 할 문제의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동시에 주민들이 그 문제 때문에 계속 기다리게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SH, 동작구, 민간사업자가 기존 협약과 신규 사업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법적·행정적 쟁점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노 의원은 사업을 원점에서 되돌리거나 무리하게 강행하는 방식보다 공공성과 사업 실현 가능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데 무게를 뒀다.
남성사계시장 주차장 18면에서 110면으로…상권 접근성 개선 추진
그가 해결을 추진하는 또 다른 현안은 남성사계시장의 만성적인 주차난이다.
전통시장은 지역경제와 주민 생활을 연결하는 공간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면 이용객 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주차 공간이 부족한 시장은 차량 이용객의 방문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남성사계시장의 기존 주차장은 18면 규모다. 시장 방문객과 주변 주민의 주차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노 의원의 판단이다.
이에 서울시 자치구 주택가 공동주차장 건설사업 공모를 통해 시비를 확보하고 동작구와 협력해 110면 규모의 공영주차장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히 주차면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진입 보행동선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함께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노 의원은 주차시설 확충이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인근 주거지역의 주차 부담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재원 확보뿐 아니라 부지와 관련 행정절차, 향후 시설 운영방식 등에 대한 검토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같은 접근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재정 운용 원칙과도 연결된다.
그는 예산 심사에서 사업의 필요성뿐 아니라 실제 집행 가능성을 중요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부지 확보 여부와 관계기관 협의, 사전 행정절차, 시설 완공 이후 유지관리 비용까지 검토해야 예산이 편성된 뒤 장기간 집행되지 못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정 지원이 절실한 사업에는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되, 준비가 부족한 사업은 집행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의원에서 시의원으로…지역 현안 해결의 범위 넓힌다
노 의원은 동작구의회에서 활동하며 접했던 생활민원과 지역 현안을 서울시의회 의정활동으로 연결하고 있다.
기초의회에서 주민들의 불편을 직접 확인했다면 광역의회에서는 서울시의 정책과 예산,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개발·재건축과 주거환경 개선뿐 아니라 문화·체육시설 확충, 청년·청소년 지원, 교통과 생활환경 개선 등 지역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의 진행 상황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단순히 추진 여부로 평가하기보다 실제 행정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어떤 문제가 남아 있는지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리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지역 숙원사업은 예산이 확보되더라도 관계기관 간 이견이나 행정절차 문제로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추진 과정의 책임 소재와 해결 과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노 의원은 “주민들이 선거 때 했던 약속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고, 내 생활도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공약마다 어디까지 왔는지, 무엇 때문에 막혀 있는지를 분명히 설명하고 필요한 예산과 제도를 마련해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확대와 노후 주거지 정비, 생활SOC 정상화, 전통시장 주차장 확충은 서로 다른 정책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모두 주거와 이동, 여가, 소비 등 일상의 조건을 바꾸는 문제다.
그가 제시한 의정활동의 방향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정책 발표나 예산 확보를 넘어 사업 지연의 원인을 해소하고, 계획이 실제 생활환경의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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