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영화 ‘사도’의 이야기를 짓고 ‘나랏말싸미’로 메가폰을 잡았던 조철현 감독이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7세.
영화계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1시께 숨을 거뒀다. 올해 2월 담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1959년생인 고인은 1987년 외화 번역을 시작해 600여 편의 외국 영화를 우리말로 옮겼다. 이후 이준익 감독, 고(故)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와 손잡고 기획자로 보폭을 넓혔다. 충무로는 세 사람을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에 빗대 불렀고, 그중 고인의 몫은 ‘관우’였다.
기획·제작자로서 고인의 이름은 ‘간첩 리철진’(1999), ‘아나키스트’(2000), ‘님은 먼곳에’(2008) 등의 크레디트에 올랐다. 이준익 감독과 함께한 사극에서는 존재감이 한층 뚜렷했다. ‘황산벌’(2003),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평양성’(2011)에 기획·제작·각본으로 참여했고,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을 다룬 ‘사도’(2015)로 제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2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제21회 춘사영화제 각본상을 차례로 거머쥐었다.
예순에 이르러서는 직접 연출에 나섰다. 2019년 개봉한 ‘나랏말싸미’에서 연출과 각본, 각색을 도맡았다. 고인은 당시 제작보고회에서 훈민정음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뜻을 품은 지 15년가량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장훈 감독의 사극 ‘몽유도원도’에 기획과 각본으로 이름을 올리며 창작을 이어갔다.
고인 측은 그를 ‘한국 영화계의 영원한 관우’로 부르며, 영화계에서 손꼽히는 다독가이자 묵직하고 소탈한 성품과 혜안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아온 선배였다고 회고했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 발인은 10일 오전 7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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