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연예계에 젊은 남자스타를 둘러싼 성추문이 연예계를 이토록 뒤덮었던 적은 없었다. 지난 5월 개그맨 유상무를 시작으로 한류스타 박유천을 거쳐 가수 이주노, 배우 이민기와 이진욱에 이어 엄태웅 이번엔 가수 정준영까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성추문에 휘말린 스타들은 강경한 어조로 자신들의 무혐의를 주장했고, 실제로 경찰은 이 가운데 박유천 이민기 이진욱 사건을 무혐의로 판단했다. 이진욱까지 이어진 추문이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사건이었다면 정준영 건의 경우는 다르다.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빚어진 일이었으며 사건 자체도 ‘성폭행’ 등이 아닌 ‘성관계 중 동영상 촬영’이 문제가 됐다. 전 여자친구는 현재 “정준영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고소를 취하했으며, 탄원서도 제출한 상황이다. 현재 검찰은 사건을 수사 중이다.
몇 달간 끊이지 않는 연예계 성추문의 또 다른 피해자는 방송가다. 지난 몇 달간 방송가는 지레 ‘노심초사’다. 캐스팅 1순위 남자 배우들이 의외의 사건으로 세간에 오르내리자 방송사 예능국은 물론 드라마국, 외주제작사에서도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방송출연이 활발한 연예인의 경우 특히나 난감하다. 개그맨 유상무와 정준영 사례다.
유상무의 경우 지난 5월 강남의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 A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7월 22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날벼락이 떨어진 건 KBS 신규 프로그램 ‘어느날 갑자기 외개인’ 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유상무 사건으로 예정돼있던 제작발표회와 첫 방송 일정까지 연기했고, 우여곡절 끝에 첫 방송을 시작한 뒤엔 편집이나 CG를 통해 유상무의 얼굴을 가렸다. 유상무의 역할이 만만치 않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외개인’은 결국 방송 4회 만에 조기종영했다. 유상무가 당시 출연 중이던 ‘코미디 빅리그’와 ‘시간탐험대3’, OtvN ‘예림이네 만물트럭’ 역시 유상무 분량을 편집했다.
정준영 역시 시끌벅적한 논란의 주인공이다. 현재 KBS의 간판 예능인 ’해피선데이-1박2일‘과 tvN ’집밥 백선생2‘에 출연 중이다.
’1박2일‘ 측은 “사건이 진행 중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나 시청자게시판은 벌써 하차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KBS 관계자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도덕적 잣대가 더 엄격한 편”이라며 “성추문의 경우 다른 사건 사고보다 파장이 크고 이미지 실추가 큰 사건이라 사건을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자의 사건 사고로 인해 받게 되는 타격이 크다. “사건의 종류”와 “사회적 파장” 정도가 제작진에겐 과감한 결단의 순간으로 찾아온다. 고려대상은 당연히 “출연자가 프로그램에서 했던 역할이나 비중” 등인데, 해당 출연자가 프로그램의 기여도가 높을 수록 난감한 입장에 처한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PD는 “단발성 게스트가 아닌 고정 출연자가 사건 사고를 일으킬 경우 팬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대부분 강력한 결단을 원한다”며 “특히 예능은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분위기에서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에 출연자의 사건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보수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제작진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PD는 “출연자가 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울며 겨자먹기가 된다. 실제로 물의를 일으킨 출연자가 빠진 이후 프로그램의 재미가 반감돼 결국 폐지되거나 시청률 부진을 겪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았다”라며 “누가 봐도 범법 행위나 국민 정서가 민감한 사안일 경우엔 당연히 하차 수순이지만 다소 애매하게 사건의 주인공이 된 경우엔 최대한 분위기를 살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기에 뒷수습 만이 제작진의 몫이 된다. 한 방송사의 예능PD는 “올 들어 워낙 사건 사고가 많다 보니 일부 PD는 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동안엔 사고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하기도 하고, 아예 사고 위험이 낮은 연예인을 물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엮인 일련의 성추문으로 인해 드라마제작사나 드라마PD들 역시 살얼음을 걷는 한 철을 보냈다. 박유천을 시작으로 이민기 이진욱으로 이어진 사건 때문이다.
한 드라마제작사의 고위 관계자는 “드라마의 경우 미니시리즈가 통상 16~20부작, 길게는 50부작 장편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주연급 배우가 물의를 일으킬 경우 말도 못할 피해가 따라온다”며 “인터넷 SNS로 인해 비밀이 없어진 데다, 올해엔 과거 사건까지 떠오른 경우가 많아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라마의 경우 방송 도중 사건 사고가 불거질 경우 출연배우 교체나 조기종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는 데다 해당 배우가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할 경우 함께 따라오는 직간접 광고마다 뚝 끊기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드라마 종영과 함께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다. 최근 배우 엄태웅이 성추문에 휘말렸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SBS ‘원티드’가 종영한 직후 사건이 불거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촬영을 끝내놓고 방송을 기다리는 사전제작드라마 관계자들 역시 일련의 성추문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미 해외시장을 겨냥해 배우를 캐스팅하고 제작까지 마쳤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로 인해 자칫 드라마에 얽힌 모든 관계자들이 줄도산을 맞을 수도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국 PD는 “유난히 스캔들이 많은 해인 데다,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배우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니 지레 우려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장난이긴 해도 이러다 우리 드라마에도 이런 일 생기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멜로나 로코 장르의 경우 성추문을 일으킨 배우에게 시청자가 이입하는 데에 위화감을 느낄 수” 있어 제작진의 근심 걱정이 크다. 지금까지야 이 같은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사건 사고 많은 연예인들로 인해 방송가의 노심초사도 기우로만 보이진 않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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