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넬 농식품 총괄 책임자 진단 82개 지역대표들 매주 대책회의 수입 의존 과채류로 고물가 걱정
[런던(영국)=황해창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영국 농업계가 혼란 속에 자력갱생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브렉시트가 완결되기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있다고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영국 대표적인 농민단체인 ‘전국농업인연합(NFU)’이 있다. 1908년 영국 중부 워릭셔주 스톤리에 설립된 NFU는 7개 지부에 4만70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농업인의 권익을 보호하가 최우선 과제이지만 정부와 협정을 맺고, 때로는 투쟁도 하고, 조합과 대형 유통업체 간 업무체결도 돕는다.
▶브렉시트로 바빠진 NFU=요즘 NFU에는 업무량이 폭주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이끄는 이는 NFU 농식품분야 총괄 책임자인 필 빅넬 씨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농업의 방향을 묻자 그는 “영국에 위기가 될 만한 사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브렉시트에 따른 재정적·경제적 영향과 파급효과를 조사하고 82개 지역 농민대표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부터 49개 대책협의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주요 논의 대상은 브렉시트가 영향을 미치게 될 농산물 수출입과 농업 분야의 정책·환경·경쟁력·규제·인력 등 다양하다.
영국의 상당수 농업인들은 브렉시트 찬성에 표를 던졌다. 이유는 뭘까. EU로부터 보조금 76%를 의존해왔지만 대신에 EU의 통합농업정책(CAP)에 따라 복잡한 규제와 통제를 많이 받았다는 이유다. 빅넬은“지난해 영국에 할당된 EU 예산 규모는 140억7000만유로로 EU 28개국 중 4번째로 부담액이 많은데 반해 혜택이 적었다”털어놓았다.
▶브렉시트에 따른 무역 변화=브렉시트이후 영국에는 어떤변화가 있게 될까. 당장 무역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가별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만 EU와 관세를 붙여서 수출하게 되면 수출량이 줄어들 게 분명하다.
영국은 야채를 주로 수입해 오는데 EU와 경쟁에서 우위의 품목으로는 돼지고기, 유제품, 밀, 양고기 등이 꼽힌다. 영국은 지난해 EU에서 야채와 과일 68억파운드(약 10조2000억원·환율 1500원 기준) 상당을 수입했지만 수출은 8억파운드(약 1조2000억원)에 그쳤다.
만약 브렉시트로 관세가 부과되면 과일, 채소 등의 수입에 따른 물가는 뛰고 대신 경쟁 위위였던 수출 농산물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국산 돼지고기 가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농민들과도 이 문제를 중점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빅넬은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국내에서는 영국산 제품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적정 가격에 제공하지 않으면 외국산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FTA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소비위축이 불가피한 ‘한우’가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EU와 수출경쟁에서 자신 있는 품목으로 돼지고기, 유제품, 밀, 양고기를 꼽은 그는 “영국은 한국에 이런 품목 등을 수출하기 위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2년안에 만반의 준비 필요=빅넬은 “앞으로 주요국들과 재협상하는데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농민들의 입장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농업직불금도 크게 줄고 농촌 구인난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현재 상주 외국인농민 3만428명으로 전체 농민(45만명)의 20% 정도인데 브렉시트로 이들 외국인 노동자 확보가 막막해 농촌지역에서의 구인난이 심각해질 전망이다.
빅넬은 “향후 2년(영국이 2018년 12월 EU를 탈퇴하기 전) 안에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영국 농업은 혼란과 함께 큰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자신을 포함해 NFU가 전면에 나서 고군분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그는 끝으로 “어디에 있든 농업은 중요한 산업”이라며 “리스크도 적지 않지만 충분히 준비하면 영국 농업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며, 미래도 긍정적으로 보인다”말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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